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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조달 점검

신한카드, 자산유동화 확대…조달 다각화로 부담 완화

①하반기 들어 카드채 조달금리 하락…장기CP 편법성 지적은 불가피

김보겸 기자  2024-09-25 07:56:10

편집자주

지리하게 이어 오던 고금리 시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소폭 낮아지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사채 비중은 줄여가며 다양한 조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조달 전략을 들여다 본다.
올 하반기 들어 신한카드는 자금조달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추며 카드사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업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달했지만 조달금리는 다른 카드사들보다 낮게 유지하며 자금 부담을 줄였다. 그룹사의 강력한 지원과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해내는 모습이다.

단순히 카드채 발행에 그치지 않고 자금조달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조달처를 다각화하면서다. 특히 올 들어 해외 ABS 발행을 통해 약 1조3000억원 자금을 확보하며 국내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다만 단기성 자금 수요와 공급을 위한 기업어음(CP)을 장기물로만 구성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만기를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 단기 자금 시장을 이용해 장기 자금을 확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는 크게, 조달금리는 낮게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신한카드는 4조3100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발행했다. 롯데카드(4조9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 평균치(3조4000억원) 역시 넘는 수준이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조달금리는 평균을 밑돌아 주목된다. 신한카드의 평균 조달금리는 3.73%로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들의 평균 금리인 3.77%보다 낮다. 타사보다 많은 자금을 카드채로 조달했지만 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신한카드가 유리한 조건으로 카드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건 신한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유효했다. 신한카드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으며 카드업계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인정받았다.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 여력은 비상 상황 시에도 회사의 신용도와 조달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신한금융그룹의 자금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3%대였던 그룹 내 차입금 규모는 2019년 4%대로 증가했다. 20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도 5%대로 올랐다. 이런 지원 가능성은 신한카드의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반기 들어 금리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신한카드 자금조달에 긍정적이다. 올 상반기 신한카드 카드채 평균이율은 3.91%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3.50%로 내려왔다. 시장금리 하향 기조로 인해 조달비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회사채 비중은 줄이고 ABS는 늘려…조달 다변화 박차

신한카드는 카드채 발행뿐 아니라 자금 조달 방식도 다변화하고 있다. 회사채 비중은 낮아지는 추세다. 올 상반기 신한카드의 회사채 비중은 67.7%로 집계됐다. 과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되고 해외조달 통로가 막히며 회사채 집중도가 7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60% 중후반대로 낮아졌다.

특히 올해 들어선 ABS 차입금 비중이 늘었다. 상반기 ABS 차입금 비중은 10.70%를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2.6%포인트 오른 수치다. 해외 ABS 조달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3일에는 8000억원 규모의 해외 ABS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카드 측은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국내 조달금리 대비 약 0.1%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로 발행해 조달비용을 크게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만 신한카드가 해외 ABS로 조달한 금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ABS는 매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카드채보다 거래가 복잡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담보를 통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유리한 금리에 발행할 수 있고 만기도 상대적으로 길다.

다만 신한카드가 이번에 CP를 전액 장기물로 구성했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조달자금의 16.10%를 CP 전액을 발행만기 1년 이상인 장기조달로 구성해 만기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만기 관리 부담을 덜고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단기 자금조달이라는 CP의 본래 목적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CP는 기업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단기적인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성 자금 수요와 공급을 위한 상품이다. 하지만 장기물로만 구성하면 원래 취지와 달리 기업의 장기 차입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우회하려는 의도로도 읽힐 수 있다. 단기 자금조달용 상품인 CP는 은행대출이나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편하다. 하지만 CP를 장기 자금 조달로 활용하면 비교적 덜 까다로운 단기 자금 시장을 이용해 장기 자금을 쉽게 확보하는 셈이다.

올 상반기 신한카드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4% 넘게 늘면서 실적에 부담을 줬다. 하반기 들어선 시장금리 하락과 자금조달 비용 절감으로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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