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관리하는 것도 CFO의 주요 미션 중 하나다. IR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등 넋 놓고 있다가 자칫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자들 대상으로 기업설명회 등을 열고 회사의 실적이나 경영 상황을 자세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이유다.
㈜신세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IR 전략을 바꾸고 있다. 첫번째 변화는 가이던스 공개다. 올해 1년간 총매출액 5조27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을 달성한다는 전망치다. 올해 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실적 전망치라도 먼저 공개하면서 회사가 투자자와 적극 소통한다는 노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번 공시는 2010년 연간 가이던스 공개 이후 13년만의 발표다. 그 전까지 매년 꾸준히 가이던스 공시를 올리던 ㈜신세계는 2011년부터 돌연 전략을 바꿨다. 실적 전망치 공시를 일절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는 ㈜신세계에서 이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한 직후부터다. 당시 CFO는 조동연 재무담당이었다. 이후 오용진, 김대호 재무담당 등으로 자리의 사람은 바뀌더라도 연간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는 정책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다. IR 전략의 변화는 불확실성 때문. 전 직원에게 특별 성과급을 줄 정도로 작년까진 백화점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올해부턴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4분기 신세계백화점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7%)는 3분기 증가세의 7분의 1 수준으로 둔화했다.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보인 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연구기관의 경기 분석 보고서도 이를 방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2023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업 경기전망지수(71)는 직전 분기(2022년 4분기) 조사결과(94)보다 23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는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73)보다 더 낮은 숫자다.
그동안 백화점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던 배경이 명품이나 골프 관련 소비 등 일시적 수요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은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사치 소비가 갑자기 늘었지만 연말연초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절벽으로 올해 역기저 효과 때문에 기존과 같은 성장은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올해 백화점 실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가이던스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면세 공항 입찰 등 불확실성을 배제한 예측 정확성을 위해 별도 기준으로만 공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시 부활한 가이던스엔 숫자가 절반 넘게 빠졌다. 관련 공시담당이 홍보팀과 자금팀(IR팀) 등으로 계속 바뀌긴 했지만 2010년까지 가이던스 공시엔 매출액, 영업이익뿐 아니라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판매관리비, 차입금, 투자금, 부채비율 전망치 등까지 담았다. 특히 홍보팀이 공시할 땐 이마트 인적분할 이전의 점포출점 계획 등도 세세히 담겼다.
홍보팀 관계자는 "영업이익 외에는 사실 영업실적과 크게 관련없는 영업 외 비용이나 수익이 포함돼 실질적인 영업 전망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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