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재무조직은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과 맥을 함께 한다. 그룹 전략실과 별개로 계열사별 CFO를 두고 투자와 자금조달 전략 등을 조율해왔다. 경영 분리 이후 신세계와 이마트 CFO들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면서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이마트는 이베이·스타벅스 등 굵직한 M&A건에서 인수주체로 나서는 등 그룹 경영전략의 중심축이 되면서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을 합치고 쪼개는 과정을 반복했다. 2011년 이마트 분할 이후 따로 운영되던 재무조직을 2019년 의사결정 효율화를 위해 한 데 합쳤다가 2021년 다시 나눴다.
신세계는 2016년 '퀀텀 점프(대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6대 프로젝트를 꾸리며 재무조직을 나눴다. 총 6개 지점을 한꺼번에 증축 및 개점 준비하면서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으로 세분화해 전문성을 키웠다. 어느정도 해당 지점들이 안정화되자 다시 재무담당으로 전체를 일원화했다.
◇경영 분리와 함께 높아진 신세계·이마트 CFO 위상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로 인적분할하기 전에도 백화점·이마트 부문별 CFO를 각각 두고 있었다. 각 부문 CFO의 위상은 경영 분리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
먼저 기존엔 미등기 임원이었던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김군선 부사장은 이마트 분리 다음해인 2012년부터 등기임원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의 경우 경영 분리 초반 지원본부장인 박주형 부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었지만 그 다음 2013년 선임된 양춘만 부사장은 등기임원으로 올라섰다.
임원 겸직 여부를 살펴봐도 위상의 변화가 보인다. 2011년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의정부역사㈜ 이사만 겸했던 신세계 김군선 본부장은 2012년엔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센트럴시티이사, ㈜신세계투자개발까지 총 5곳에서 이사로 겸직하게 됐다. 이후에도 지원본부장들은 4~8개에 달하는 회사 이사로 겸직해왔다.
이마트도 양춘만 본부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톰보이, ㈜톰보이플러스, ㈜셀린신세계 등 4곳의 사내이사로 겸직하기 시작했다. 강승협 본부장도 ㈜에스씨케이컴퍼니, 아폴로코리아, 스카이하이퍼마켓 등 이사로 겸직하게 됐다.
지원본부 아래 재무담당의 위상도 같이 올라갔다. 2011년 분리 경영 전 신세계 재무담당인 조동연 상무는 ㈜광주신세계 이사 겸직에 그쳤다. 이어 2012년 말 새로 부임한 오용진 상무는 △㈜광주신세계(이사) △㈜하남유니온스퀘어(감사)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감사) △㈜센트럴시티(감사) △㈜센트럴관광개발(감사) △㈜센트럴건설(이사) △㈜신세계투자개발(이사) △㈜비엔에스디포(감사) 등 8곳에서 임원으로 겸직했다.
이후 2019년부터 신세계 재무담당을 맡은 김대호 상무도 △신세계의정부역사㈜ 대표이사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감사 △㈜신세계센트럴시티 감사 △㈜신세계디에프 감사 △㈜신세계디에프글로벌 감사 △㈜까사미아 감사 △㈜에스에스지닷컴 감사 등 7곳에서 중책을 맡았다.
다만 이마트 재무담당의 경우 특별히 타 계열사 겸직을 하지 않았다. 겸직을 하기보단 캐시카우인 이마트 자체 재무 관리에 집중토록 하는 게 낫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재무조직을 쪼개고 합친 '6대 프로젝트' 신세계 재무조직은 2011년 경영 분리 이후엔 재무담당 하나로 운영하다가 백화점 사업이 본격적인 도약기에 들어간 2016년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으로 분리됐다. 6개 지점을 한꺼번에 증축·개점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등을 재무 파트에서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은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던 해다. 이를 기점으로 신세계의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정점을 찍었다. 이때부터 3년간 신세계가 투입한 CAPEX는 총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당시 6대 프로젝트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리뉴얼, 부산 센텀시티점몰 증축부터 대구신세계, 디에프 명동점·김해점·하남점 오픈 등까지 광범위한 신규 프로젝트로 이뤄졌다. 이때 재무조직이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으로 처음 나눠지면서 재무담당 산하에 자금팀 역할도 강화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이후 거둬진 프로젝트 결실 덕에 이때 일했던 재무담당 소속 임직원들의 입지도 확장됐다. 예컨대 라이프스타일 몰을 내세우며 증축한 센텀시티점은 2016년 지방 백화점 최초 매출 1조원 점포로 등극했다. 강남점 리뉴얼의 경우 업계 최초로 '편집화된 전문관' 컨셉을 적용한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9년부터 3년 연속 연 매출 2조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재무담당이던 오용진 상무는 프로젝트 성과가 드러나던 2018년 말 신세계인터내셔널 지원담당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재무담당 소속 자금팀장이던 김대호 상무는 같은 시기에 재무담당으로 승진했다.
관련 성과가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2018년 말 김 상무가 신세계 신임 재무담당으로 자리하면서 재무조직도 다시 변화가 생겼다. 프로젝트 시작하면서 분리했던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을 하나로 원상복귀시켰다. 김 상무가 이를 총괄하는 구조였다.
이는 그동안 공세적으로 투자했던 것과 달리 연착륙을 해야 하는 시기로 봤기 때문이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신사업들을 안착시키려면 재무조직 리더십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