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매분기 진행하는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네이버는 눈에 띄는 곳 중 하나다.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참여해 실적을 설명하고 시장 관계자 질문에 답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CFO가 참여하는 기업도 많지 않은데, CFO뿐 아니라 CEO까지 참여해 시장관계자들과 직접 대화하니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둘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CEO는 사업 전략을 안내하고 CFO는 구체적인 실적과 재무 상태를 설명한다. 시장관계자들의 질의에는 함께 답한다.
◇세대교체에도 CEO·CFO가 참석하는 IR 기조는 유지
2021년 11월 네이버는 회사를 대표하는 C레벨 경영진 두 명을 전격 교체했다. 당시 최수현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CEO로, 사업개발과 투자·인수합병을 맡고 있던 김남선 책임리더를 CFO로 선임했다.
최 CEO는 1981년생, 김 CFO는 1978년생으로 둘 모두 40대 초반의 나이에 국내 최대 검색포털을 운영하는 기업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전임자인 한성숙 CEO가 1967년생, 박상진 CFO가 1972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확실한 세대교체를 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실적발표 IR 관련해 변하지 않은 건 CEO와 CFO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IR에서도 최 CEO와 김 CFO는 나란히 배석했다.
네이버 실적발표 IR은 △사업 현황과 전략 △실적발표와 재무성과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되는데, 사업 현황과 전략은 최 CEO가 맡고 실적발표와 재무성과는 김 CFO가 맡았다.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사업과 관련된 질문이면 최 CEO가, 재무와 관련된 질문이면 김 CFO가 답했다.
최 CEO와 김 CFO 외에 다른 임직원이 참석하는 것도 아니다. 강재은 IR담당이 사회자로 참여하지만 진행만 할 뿐 회사 실적과 전망 등에 대해선 따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간혹 CFO가 실적발표 IR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선 사회를 맡은 IR담당이 재무 관련 질의에 답하곤 하지만, 네이버는 시장 관계자와 소통은 철저하게 CEO와 CFO의 몫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경영실적 IR에서 나오는 발언의 무게감이 클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시장 관계자 4명 중 3명 '비용과 수익성 개선' 질문
실적발표 IR의 형식 면에서 눈에 띈다면, 내용 면에선 어떨까. 일단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조2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단 영업이익은 1조3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네이버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건 2018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9.4%에서 2022년 15.9%로 3.5%포인트(p) 하락했다. 일반 제조 대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영업이익률이지만, 이익 규모 감소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이에 따라 비용 통제를 포함한 수익성 전략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질의응답에 참여한 인원은 총 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명이 비용과 수익성에 대해 물었다. 확장 전략을 펼쳐온 핀테크 사업을 예로 들면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이용자 수 증가를 위해 결제 시 포인트를 지급해 왔는데 최근 지급 규모를 축소하는 중이다. 이에 대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냐는 게 시장 궁금증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익성에 대한 질문은 김 CFO가 답하는데, 최 CEO도 사업 전략과 관련한 비용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CEO는 "다양한 경로로 지급하는 포인트를 최적화하는 작업에 있다"며 "이번 분기에도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포인트를 통한 이용자 유입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과 이용자 반응을 살피면서 비용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CFO는 "전사 마진율(수익성) 상승은 콘텐츠와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적자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분기 기준 (흑자 전환)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적자 폭을 줄이면 전사 마진율은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는 크게 △서치 플랫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 총 5개 사업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콘텐츠와 클라우드 사업부는 지난해 각각 3699억원, 200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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