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김상준 전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기획재무본부장을 영입했다. 재무와 더불어 전략, 기획, 마케팅 등의 전문성까지 갖춘 인사다. 애경산업이 역량을 모으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이해도 역시 높은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애경산업은 기존 CFO였던 송기복 전 경영지원부문 총괄(상무)의 급작스러운 퇴임으로 재무라인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송 전 CFO의 퇴임은 애경산업 안팎으로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가 애경산업의 평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정통 애경맨인 동시에 재임 기간 동안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온 실력파 인사였기 때문이다.
송 전 CFO의 퇴임으로 업계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기 재무 수장에 이목이 쏠렸지만 뚜렷한 후보군은 형성되지 않았다. 애경산업 역시 신임 CFO의 선임 여부 등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애경산업이 내부가 아닌 외부 인사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애경그룹이 '2023년도 정기임원인사'에서 신임 CFO를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망대로 애경산업은 신임 CFO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탁했다. 이번에 영입된 김상준 CFO(전무)는 20년 넘게 기업의 재무 부문을 담당한 인물이다. 1972년 생인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미국 Kellogg MBA 마친 후 사회에 나왔다. AT 커니와 GE 캐피탈, HSBC 근무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가장 오래 근무한 회사는 코웨이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전략기획실장(CFO) 상무와 커뮤니케이션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기획재부본부장(CFO) 전무를 역임한 후 지난해 12월 애경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CFO 역량과 더불어 전략과 기획,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전문성을 지닌 인사라는 평이다. 특히 코웨이 재직시절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의 지분 매각 거래에 실무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웅진그룹 경영난을 겪고 있었고 기업 정상화의 일환으로 코웨이의 지분 31%를 MBK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조2000억원 규모였다.
김 CFO는 글로벌 화장품 사업에 대한 경험도 축적하고 있다. 애경산업 입장에서는 해외 경쟁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가 애경산업에 합류하기 직전에 몸담았던 카버코리아가 수년 전부터 글로벌 영토 확장에 힘쓴 만큼 관련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카버코리아는 지난 2018년 8월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AHC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러시아와 대만, 태국, 필리핀 등으로 진출 국가를 넓히며 아세안 대륙을 집중 공략했다. 김 CFO 재임 기간 중에는 호주에 새롭게 진출하며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했다.
카버코리아에서는 짧지만 대표이사를 지낸 이력도 있다. 지난 2021년 4월 기존 대표였던 이제훈 전 사장이 홈플러스 대표로 옮기면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김 CFO가 임시대표를 맡았다. 반년도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카버코리아가 임시 수장을 맡겼다는 건 그의 전략과 기획 등 경영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김상준 CFO는 회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재무적 의사결정능력 등을 향상하기 위해 선임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