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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 상승 등 경기 침체 신호 가시화 및 글로벌 머니 무브 가속에 따른 영향이다. 'R(경기침체)의 공포' 속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한국 주식 시장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이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국내 상장사들은 글로벌 증시 변동에 따른 기업 가치 관리 이슈에도 직면했다. 특히 앞서 저리로 메자닌을 발행한 기업의 경우 투자자 조기상환 압박이 거세지는 추세다. THE CFO는 변동성 장세 속 국내 상장사의 메자닌 상환 이슈와 재무 영향들을 짚어본다.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가시적인 영업 성과를 확보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가운데 주주 환원 면에선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순익을 거두는 등 유의미한 재무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배당액 확대엔 소극적인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배당 수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최대한 확보해 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룹 내 주요 계열 법인들의 영업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가용 자금을 사내 유보하며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코자 하는 식이다. 근래 그룹 주력 법인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이 활발히 일어나는 등 영업 안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경주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점도 유보금 확보 요인으로 꼽힌다.
AK홀딩스는 최근 몇 년간 현금 배당액을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사업연도 대상 총 배당금을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춘 후 3년째 고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배당성향은 7.5%로 10%에 못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당 사업연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평균 배당성향(22.7%)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낮다.
AK홀딩스는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미진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발표한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현재 배당 집행 수준이 상장사 배당 지표를 하회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별도의 자기주식 매입·소각 활동 역시 전무했다. 지난해 AK홀딩스 배당 가능 이익은 2140억원으로 표면적으론 주주 환원 여력을 갖추고 있다.
소극적 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으론 영업 불확실성이 꼽힌다. AK홀딩스는 각각 항공(제주항공)과 석유화학(애경케미칼) 사업을 그룹 내 2개 큰 축으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항공 사업은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기저 효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화학 업종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수요가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순수 지주사로서 종속회사 배당이 핵심 수익원인 만큼 당장 배당 집행 금액을 늘리기엔 부담이 따랐다는 설명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연결 기준으론 실적이 대폭 개선됐지만 별도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회복세가 크지 않았다"며 "주요 배당 계열사인 애경케미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 수익이 오히려 줄었고 제주항공 또한 지난해 턴어라운드 하긴 했으나 아직까진 배당을 집행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지난해 지주 법인이 실질적으로 배당액을 늘릴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수치 상으론 비교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AK홀딩스는 별도 기준 25억6700만원의 순익을 확보하며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다. 영업수익이 1년 새 소폭 늘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남긴 것이 주효했다. 자회사로부터 수취한 배당금 수익도 전년대비 증가했다. 애경케미칼에서 인식한 배당 수익은 166억5100만원으로 동일했으나 애경산업 배당 수익분이 늘어난 영향이다. AK홀딩스 측 입장과는 일부 배치된다.
현재 그룹 단에서 영업 안정성 확보 시도는 활발히 전개 중이다. 일례로 애경케미칼은 근래 M&A를 다수 집행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기초화학물질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베트남 소재 법인을 인수하며 관계사로 편입했다. 약 200억원을 들여 지분 50%를 취득했다. 앞서 제약·바이오 사업 강화 목적으로 관계사 '애경바이오팜' 지분도 80% 수준까지 늘렸다. 제주항공 역시 특수 관계 법인이었던 IT 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를 지난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AK홀딩스 자체적으로도 M&A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주사로서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관련해 다양한 사업군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을 실감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춰볼 때 향후 그룹의 현금 유동성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