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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 상승 등 경기 침체 신호 가시화 및 글로벌 머니 무브 가속에 따른 영향이다. 'R(경기침체)의 공포' 속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한국 주식 시장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이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국내 상장사들은 글로벌 증시 변동에 따른 기업 가치 관리 이슈에도 직면했다. 특히 앞서 저리로 메자닌을 발행한 기업의 경우 투자자 조기상환 압박이 거세지는 추세다. THE CFO는 변동성 장세 속 국내 상장사의 메자닌 상환 이슈와 재무 영향들을 짚어본다.
애경산업, 제주항공 등을 거느린 지주 법인 'AK홀딩스'가 대규모 자금 상환 이슈에 직면했다. 앞서 2022년 제로금리로 발행한 메자닌에 대한 조기 상환 건이다. 채권 교환물인 종속법인 밸류가 쉬이 반등하지 못하면서 기투자자 측에서 이른 자금 회수를 택했다.
AK홀딩스는 침착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메자닌 조기상환권(풋옵션) 청구에 대비해 사전에 유동성을 충분히 확충해 뒀다는 입장이다. 전액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찍이 현금 곳간을 넉넉히 채웠다.
AK홀딩스는 올해 현금 유동성 확충에 집중한 재무 전략을 펼쳤다. 1분기 말 AK홀딩스 연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800억원 수준이다. 당해 앞서 발행한 메자닌 풋옵션 기간이 도래하는 것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차입을 늘렸다. 메자닌 권면총액이 1000억원 이상으로 비교적 금액이 크다 보니 이에 대비해 짧은 시일 내 자금을 대거 확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금 여력을 미리 늘려 뒀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아무래도 단시일 내 차입을 급격히 늘릴 수는 없다 보니 미리 메자닌 조기상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한 재무 전략을 수립해 뒀다"며 "현재로선 메자닌 전액 교환 청구가 들어왔다고 해도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등 유동성 이슈는 없을 정도로 여유 현금을 마련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메자닌 상환 대비 목적 자금은 전액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주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모집했다. 일부 사모사채를 비롯한 기업 대출 상품 등을 두루 활용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봤을 때 장·단기 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12% 증가한 1조3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사모사채도 500억원 가량 잡혔다.
지주사 지위를 활용한 차입도 적극 활용했다. 보유 종속회사 지분을 유동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해당 보유분을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 맡기고 자금을 빌리는 식이다. 1분기 말 AK홀딩스는 약 7500억원 규모의 지분증권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있다. 담보물 대부분은 그룹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인 애경케미칼, 애경산업, 제주항공 지분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사모 투자 신탁 수익증권도 300억원 가량 포함됐다.
AK홀딩스는 이같은 적극적 차입 전략을 토대로 메자닌 풋옵션 대응 실탄을 마련했다. 당장 내달 440억원 규모 풋옵션 청구분에 대응할 계획이다. 최근 메자닌 기투자자 측에서 권면총액 413억원 규모 사채에 대해 조기 상환을 청구한데 따른 움직임이다. AK홀딩스는 메자닌 발행 계약 당시 체결한 1회차 풋옵션 조기상환율(106.1598%)에 맞춰 원리금 총 438억43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투자자는 사채 전환을 통한 투자 차익 회수에는 실패했다. 당초 계약에 따르면 투자자는 사채를 제주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 메자닌이 교환사채(EB)였던 만큼 상호 간 설정한 교환가액을 준거로 이에 상응하는 제주항공 신주를 수령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 밸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주식으로의 교환이 아닌 투자금 조기 회수를 택했다. EB 교환가액은 1만5000원대인 반면 이달 제주항공 주가는 8000~9000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투자자들은 지난달 풋옵션 청구 가능 기간이 도래하자마자 회수 권리를 행사했다.
제주항공은 당분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부담은 지게 됐다. 아직 840여억원의 EB 물량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7년 9월 사채 만기 전까지 주식으로의 교환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재 교환가액 기준 556만1461주가 신규 발행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제주항공 전체 발행 주식수의 6.89% 규모다. 해당 물량이 시장이 출회된다고 단순 가정했을 경우 밸류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관리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