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상장 20여년만인 작년에서야 첫 배당을 결정했던 이유는 뭘까.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등장이 물론 기폭제가 됐지만 애초에 이런 압박이 있기 전까지 무배당을 고집한 것은 의문을 가질 법한 일이다.
그간의 무배당 정책은 얼마 전까지 집중 포화를 맞았던 라이크기획의 존재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다른 주주들과 이익을 나누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챙겨갈 수 있었던 통로가 라이크기획이다.
◇배당 없어도 '짭짤'…이수만 자금줄 라이크기획최근 SM이 얼라인과의 줄다리기에서 백기를 들고 제시한 주주환원책은 "앞으로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공시하고, 해당 정책을 3년마다 재공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환원을 전부 현금배당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별도 기준으로 적어도 2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이야기다. 2021년 코스닥시장에서 현금배당 법인의 평균 배당성향이 26.8%였는데 여기엔 한참 못 미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꽤 급진적인 변화다.
SM은 창사 이래 배당을 한 적이 없다가 지난해 처음 2021년 결산배당으로 46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을 계산하면 연결기준으로는 3.51%, 별도 기준으론 7.68%에 그쳤다.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금액이 다소 초라하다.
실제 JYP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배당금으로 지난해 122억원을 뿌렸다.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18.10%, 별도 기준으로는 29.44%를 나타냈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201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12년부터 매년 꾸준히 배당을 해왔다.
이와 달리 SM이 배당에 인색했던 배경에는 라이크기획이 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총괄이 SM을 설립한 이후 1997년 별개로 차린 개인회사다. SM과는 1998년 용역거래를 텄고 이후 프로듀싱 등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해 용역비를 받으면서 몸집을 키웠다.
용역계약의 내용도 갈수록 라이크기획에 유리하게 진화했다. 상장 첫해인 2000년 라이크기획과 맺었던 계약 내용을 보면 ‘SM 소속가수들의 음악자문 및 프로듀서 업무를 담당하고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고만 적혀있었지만 이듬해 ‘라이센스 음반의 경우 매출액의 5%를 인세로 지급’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2015년 다시 ‘음반매출’의 일정 비율(15%)이 아닌 ‘매출’의 최대 6%를 주는 것으로 계약문구를 바꿨다. 해당 연도에 ‘음반매출의 15%’는 89억원에 불과했으나 ‘매출의 6%’는 117억원으로 약 20억원이 많았다. 라이크기획에 더 유리한 구조로 계약구조가 변경됐던 셈이다.
2021년에는 SM이 사상 최대매출을 기록하면서 라이크기획 인세도 역대급으로 올랐다. 전년의 2배 규모인 240억원을 받았다. 2022년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라이크기획에 준 용역료가 181억원이다. 2000년부터 23년 동안 SM에서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돈은 1667억원으로 합산된다. 같은 기간 SM이 기록한 영업이익(별도) 4964억원의 34%에 이르는 액수다.
연간 100억~200억원대의 돈이 라이크기획을 거쳐 흘러 들어어왔으니 이수만 총괄로선 굳이 배당으로 주주들과 회사의 이익을 나눠가질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순이익이 나도 배분하지 않고 쌓아두면서 2022년 9월 말 SM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014억원을 기록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배당으로 처분하지 않고 남아 있는 당기순이익의 누적 직합체다.
◇수십억 배당 챙기지만…
문 닫힌 자금창구 그러나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은 이제 끝이났다. 얼라인의 공세와 여론의 눈총을 버티지 못한 SM은 지난해 10월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이수만 총괄을 향해 있던 가장 큰 자금창구가 닫힌 것과 다름없다.
물론 SM이 배당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이수만 총괄이 받아갈 몫도 늘어나긴 했다. 지난해 이 총괄은 지분율에 따라 배당금 약 8억7000만원을 가져갔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지난해 SM의 별도 순이익은 약 760억원. SM이 20%의 배당성향을 발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는 약 28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작년보다는 훨씬 많은 규모지만 이 총괄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얻던 수익에 비교하면 큰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SM이 순이익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배당으로 준다고 해도 이수만 총괄이 받는 금액은 140억원이다. 라이크기획이 2021년 용역료로 챙겨간 240억원의 반토막을 조금 넘는다.
현재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만큼 지분이 팔릴 때까지 이수만 총괄이 SM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주 수익원은 배당금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분 거래도 이 총괄의 뜻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당초 이 총괄은 7000억~8000억원 수준의 거래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M의 시가총액은 27일 종가 기준으로 1조9641억원, 여기에 대입한 이 총괄(18.46%)의 보유 지분가치가 362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액수다.
하지만 이번 얼라인과의 다툼에서 SM이 항복을 선언하고 기관투자가 측 인사들에게 이사회 자리를 양보하면서 이수만 총괄이 가진 지분의 영향력도 크게 빛이 바랬다.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적용한 그의 지분가치는 4200억~4600억원, 프리미엄을 50%로 쳐줘도 53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