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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SM엔터, 이사회 개편에도 "이수만 그림자 여전히 짙다"

사외이사 인원 확대, 산하 위원회 설치하기로…얼라인파트너스 "실질적 조치 없어"

이지혜 기자  2023-01-17 08:27:18
SM엔터테인먼트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는 1명 뿐이었던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로 확대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전문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해 전문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주주들의 오랜 요구 끝에 이뤄진 일이다. K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까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촉구해 왔다.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 구조에 손을 댔지만 주주의 기대에 여전히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는 배제되기에 여전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인들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사외이사 확대, 내부거래위원회 설립으로 거버넌스 개선

16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임시 사추위를 구성해 사외이사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사외이사는 현행 1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맡도록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SK엔터테인먼트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한 조치”라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걸맞는, 글로벌 상위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종전까지 사추위 구성 등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식으로 이사회를 꾸려왔다. 이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감시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를 시정하겠다는 의미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현재 이성수 대표이사 CEO와 탁영준 대표이사 COO, 박준영 비주얼&아트 총괄 등 사내이사 3명과 지창훈 전 대한항공 총괄 사장 등 사외이사 1명, 곽준호 감사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 이사는 2020년 3월 선임돼 2차례 연임했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이장우 경북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를 선임해 사외이사를 2명 두려고 했지만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22곳의 투자자 가운데 11곳이 이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당시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장우 교수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와 한국문화산업포럼에 공동 대표로 재직하고 있어 독립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반대사유를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가 사외이사에 여성 전문가, 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문가 등을 추천함으로써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또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사외이사 내부거래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구성하기로 했다.이 역시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 등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에 인세 등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출한다는 주주들의 눈총을 받아왔다.

◇“이사회 개편해도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 불가”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를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이사는 더벨과 통화에서 “지난 해 말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내 요구했던 사항의 상당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버넌스의 핵심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빠지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관계회사 간 거래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로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적극 펼치는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F테크놀러지스(現SK넥실리스) CFO를 지낸 곽준호 신임 감사가 선임된 것도 얼라인파트너스의 작품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2월 14일 SM에터테인먼트 이사회에 64페이지짜리 주주서한을 보내 거버넌스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사항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등 요구가 담겨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제아무리 사추위를 구성해 사외이사를 많이 뽑고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든다고 해도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인으로 사외이사가 구성된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금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지 전 사장도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인이라고 바라봤다. 지 사외이사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고등학교 동창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는 15일자로 주주대표소송 소 제기를 청구하기로 결정,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전자우편을 통해 이런 내용을 보냈다. 또 조만간 위법행위 유지청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월 30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충분한 보완조치를 내놓거나 발표하지 않는다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포함한 정기주주총회 안건 주주제안과 공개 주주캠페인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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