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그림자 지우기에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 사례가 이사회와 내부거래 문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인으로 사외이사가 선임되고 그의 개인회사와 내부거래를 한다는 점이 SM엔터테인먼트 거버넌스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업계 최상위의 사업경쟁력을 보유했지만 거버넌스 이슈로 저평가되고 있다며 타깃으로 설정, 1년간 공개 주주 캠페인을 벌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결국 얼라인파트너스에 손을 들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도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소제기 청구를 철회하고 공개 주주 캠페인을 끝내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얼라인파트너스의 1년여의 대결이 끝을 바라보는 셈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사회 진입 ‘성공’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2일 일요일 이사회를 열고 임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을 3명 선임했다. 임시 사추위에서 사외이사 후보가 선정되면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임시 사추위는 사내이사인 이성수 대표이사와 외부위원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남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등 2인으로 구성됐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추천한 조명현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과 한국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장을 지낸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이남우 객원교수는 뱅크오브아메키라 메릴린치 한국 공동대표, 노무라증권 아시아 고객관리총괄 등을 지낸 금융·투자 전문가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더벨과 통화에서 “이남우 교수는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기관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내면서 다양한 기관투자자와 네트워크를 쌓은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얼라인파트너스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전 KCF테크놀러지스(現SK넥실리스) CFO가 감사에 선임된 데 이어 사외이사 선임권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이창환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내부거래 개선·주주환원 정책 강화 '방점'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특히 내부거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외이사와 감사만 참여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관계회사, 자회사 등의 모든 거래를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20일 발표했다.
내부거래는 SM엔터테인먼트 거버넌스의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SM엔터테인먼트가 벌어들인 이익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로 흘러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와 사외이사가 내부거래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주주 이익에 반하는 내부거래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셈이다.
또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3년 동안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올 3월 정기주총부터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해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할 예정이다.
이 역시 얼라인파트너스 등 기관투자자들이 SM엔터테인먼트에 요구했던 사항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상장 후 첫 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자기주식을 매입했는데 이런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승리로 1년의 대결 ‘마침표’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가 주요 요구사항을 반영했다고 판단해 1년간 벌여왔던 공개 주주 캠페인을 끝내고 주주대표소송도 철회하기로 했다.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우호적 주주로서 경영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승리로 SM엔터테인먼트와 대결에 마침표가 찍히는 모양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머스트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과 손을 잡고 SM엔터테인먼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업경쟁력은 좋지만 최대주주와의 대규모 특수거래, 주주환원정책 부재 등 거버넌스 이슈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만 개선된다면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덕분에 얼라인파트너스는 불과 1% 남짓한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창환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케이팝 산업의 선구자로서 뛰어난 사업성과를 창출하는 데 반해 거버넌스 이슈로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외부주주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펴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 투명성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