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는 그룹 내 자본 재분배가 요구될 때마다 유상감자 기법을 ‘깜짝’ 활용해왔다.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계열사가 저수지 역할을 했다. 여기서 끌어올린 유상감자 자금을 재무건전성이 열악한 계열사로 흘려보내면서 자금지원의 핵심 재원이 됐다.
◇재무건전성 우수 계열사 ‘저수지’ 역할…유상감자로 자본재분배 도모LS그룹이 그룹 계열사간 자본 재분배를 위해 배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또다른 수단이 유상감자다. 유상감자는 줄인 자본총계만큼을 주주에게 지급한다. 액면가액만큼 자본금이 줄어들지만 매수가액이 액면가액을 웃돌 경우 그만큼은 감자차손으로 기타자본항목 등 자본금 외에 다른 자본항목에서 마이너스(-) 처리한다.
유상감자는 자본총계를 줄이기 때문에 일단 자본총계가 유상감자를 실시할 만큼 충분해야 한다. 또 자본총계를 줄일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어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현금흐름이 우수하거나 차입 부담이 적은 계열사에 한해 유상감자가 가능하다.
최근 LS그룹이 유상감자를 활용한 것은 지난해 9월 지주회사 ㈜LS의 LS엠앤엠(옛 LS니꼬동제련) 잔여지분 인수 때다.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던 ㈜LS는 잔여지분 49.9% 매입에 필요한 금액으로 9331억원을 책정했다. ㈜LS 보유현금 948억원, 인수금융 2675억원, 교환사채(EB) 발행액 4706억원과 함께 주요 조달원이 됐던 것이 LS엠앤엠 유상감자액 1002억원이다.
앞서 5월 LS엠앤엠은 498만9397주 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했는데 주당 매수가액을 4만85원으로 산정해 감자총액은 2000억원이었다. 이 중 ㈜LS가 지분율만큼 지급받은 액수가 1002억원이었다. 주당 액면가액이 5000원이므로 LS엠앤엠 자본금은 2333억원으로 249억원 줄었고 나머지 1751억원은 다른 자본항목에서 감소 처리했다.
LS엠앤엠이 유상감자가 가능했던 것은 재무건전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LS엠앤엠은 국내 유일의 전기동 제련업체로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2021년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70.2%로 우수한 편이다.
총차입금이 1조627억원인데 대부분이 원재료 수입에서 발생하는 유산스(usance) 중심의 단기차입금이다. 특히 자본총계가 2조2944억원으로 2000억원 유상감자에도 부채총계(1조6116억원)보다 여전히 많아 부채비율을 방어할 여력이 있다.
◇LS엠앤엠·지알엠·LS메탈…재무건전성 유지 과제 달성여기에 LS엠앤엠 유상감자 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서 LS엠앤엠 완전자회사인 금속자원 재활용업체 지알엠도 유상감자를 실시한 점도 눈에 띈다. 지알엠은 2021년 11월 250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주당 액면가액(5000원) 그대로 매입해 자본금만 539억원에서 289억원으로 감소했다. 유상감자 이후에도 2021년말 자본총계는 1018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208억원으로 워낙 적어 부채비율이 20.4%에 불과하다. 유상감자 실시 전인 2020년말(15.8%)에 비해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이다.
지알엠은 과거에도 수차례 유상감자로 LS엠앤엠에 자금을 올려보낸 이력이 있다. 2017년 7월과 2019년 3월에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모두 액면가액 그대로 매입했다. 이는 2016년말 1039억원이었던 자본금이 현재 수준까지 감소하는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우수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713억원에서 오히려 늘었다.
이외에도 LS그룹이 계열사간 자본 재분배에 유상감자를 활용한 사례는 다양하다. ㈜LS는 2016년 6월 LS아이앤디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입했다. LS아이앤디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와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자회사(지분율 93.87%)인데 2015년말 부채비율이 1200%를 넘을 만큼 재무건전성이 열악했다. ㈜LS가 LS아이앤디 유상증자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LS엠앤엠 유상감자다.
LS엠앤엠은 ㈜LS가 LS아이앤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5일 전 1500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감자총액이 1500억원으로 액면가액(5000원)만큼인 250억원은 자본금에서 빼고 나머지 1250억원은 기타자본항목에 그만큼 마이너스로 올렸다. 이에 따라 LS엠앤엠은 지분율만큼인 752억원을 손에 쥐었다.
2017년 4월에는 동파이프 제조업체 LS메탈이 196억원 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유상감자 자금은 최대주주인 LS일렉트릭으로 유입됐고 다시 배당을 통해 일부가 최대주주인 ㈜LS로 최종적으로 흘러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