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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DB운용 엿보기

엘에스일렉트릭, DB 적립금 미래에셋OCIO 투자 성과는

2021년 연납 결과 현재 마이너스…향후 다변화 가능성도

이돈섭 기자  2023-01-03 13:28:16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LS일렉트릭(구 LS산전)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OCIO 공모펀드로 확정급여형(DB) 사외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DB 적립금의 상당비중을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으로 운용해오다가 시장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다각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다만 미래에셋운용 OCIO 펀드 수익률이 설정 이후 줄곧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펀드 투자 적립금 비중이 크지 않아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예상치를 밑도는 성과에 LS일렉트릭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다.

LS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LS일렉트릭은 고저압기기와 계량기, 배전반 등 전력 송배전 관련 기기 및 시스템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614억원. 3분기 만에 전년도 영업이익 1551억원을 4.1% 정도 넘어섰다.

수년간 튼실한 경영을 이어온 결과 지난해 9월 말 이익잉여금은 1조3990억원에 육박했다. 전체 자본총계 1조5290억원의 91.5%를 차지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조6156억원. 부채비율은 105.7%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많게는 277억원, 적게는 209억원씩 매년 200억원 규모 DB 적립금을 꾸준히 쌓아왔다. 퇴직연금 제도로 DC와 DB 모두를 채택하고 있는 LS일렉트릭의 지난해 9월 말 근로자 수는 총 3100여명이다.
엘에스일렉트릭 청주 공장 전경 [사진=엘에스일렉트릭]

같은 시기 LS일렉트릭의 DB 적립금 규모는 2532억원이었다. 확정급여채무 현재가치는 2424억원으로 순확정급여자산은 108억원이었다. 사외적립비율은 104.4%로 DB 적립금이 정부가 현행법에서 지정하고 있는 최소 적립비율(100%)을 웃돌고 있다.

LS일렉트릭은 DB 적립금 중 86%에 해당하는 2176억원을 ELB 등 채무상품을 통해 운용했고 나머지 14.0% 비중의 356억원을 기타 상품을 통해 굴려 지난해 3분기동안 3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단순계산으로 산정한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1.7% 정도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익률은 그간 연간 수익률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었다. LS일렉트릭은 DB 적립금 운용을 통해 지난해는 2.1%, 2021년은 1.9% 연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임금상승율 추정치가 4%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채무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현행법 개정으로 LS일렉트릭에도 DB 적립금 운용위원회 설치와 운용계획서 작성 의무 등이 생길 것으로 예상, 2021년 말 결산 과정에서 DB 적립금 중 90억원 정도를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OCIO-DB표준형'에 연납했다.

미래에셋OCIO-DB표준형은 2021년 6월 설정돼 현재 498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퇴직연금단기와 퇴직연금, 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 부동산인프라혼합 등 미래에셋운용 9개 펀드에 OCIO 자금운용 방식을 빌려 운용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8.7%로 부진한 상황이다. LS일렉트릭의 적립금 투입 시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운용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기조가 보수적인데다 오랜기간 원리금보장형 위주로 DB 적립금을 운용해온 LS일렉트릭이 펀드를 통해 적립금을 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대했던 수익률이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DB 적립금의 펀드 투자 시도는 긍정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DB 적립금의 장기 성과 등을 감안했을 때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기보다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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