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이사 사장)는 절세보다 경영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지주사 전환 후속 작업을 챙기고 있다. 양도세를 물더라도 해외 철강 계열사 지분을 자회사 포스코로 넘기기로 했다. 그룹 철강사업 부문에서 소유와 경영이 일원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지주사 준비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둔 거래였다.
포스코홀딩스는 다음 달 해외 철강 자회사 등 철강 관련 사업 지분과 금융 계열사 지분을 포스코로 넘긴다. 지난 4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베트남 철강재 제조·판매 종속기업(POSCO YAMATO VINA STEEL JOINT STOCK COMPANY) 등 58개사 지분을 총 1조1427억원에 포스코로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철강사업 경영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둔 거래다. P-Thainox(처분금액 3006억원), P-Thailand PC(1409억원), PY VINA(837억원) 등 덩어리가 큰 해외 철강 자회사들을 포스코로 이관한다. 전자상거래업을 전개하는 엔투비(50억원)와 금융업을 영위 중인 한국비지니스금융대부(42억원) 주식도 들어있다. 철강사업과 연관성이 큰 지분들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사업 부문을 포스코에서 통솔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지주사 전환에 이은 후속 절차다. 당시 분할 전 포스코(자산총계 64조7691억원)를 분할존속법인 포스코홀딩스(53조7905억원)와 분할신설법인 포스코(42조6453억원)로 나눴다.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그룹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하는 지주사, 포스코는 철강 생산·판매 등을 책임지는 사업회사로 만들었다.
물적분할 전에도 해외 철강사 지분 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분할 방안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을 진행할 때 법인세법상 '적격 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자산 양도차익에 세금이 부과된다. 시가와 장부가액의 차이를 이익 실현으로 간주해 세금이 발생한다. 전 사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지주사 체제 전환 IR에서 분할법인의 자산 양도가액이 분할등기일 장부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자산 양도차익 과세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법인세법상 적격 분할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해외 법인은 첫 번째 문턱인 사업 목적성 요건에서 걸린다. 분할등기일 기준으로 5년 이상 사업을 계속하던 내국법인이 특정 요건을 모두 갖춰 분할하는 경우에만 적격 분할 요건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해외법인은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초과해 사업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만 신설되는 사업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을 허용한다.
이외에 △지분 연속성 요건(분할법인의 주주가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 대가의 전액이 주식으로서 그 주식이 분할법인의 주주가 소유하던 주식의 비율에 따라 배정되고 분할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주식을 보유할 것) △사업 계속성 요건(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분할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할 것) 등을 따진다.
자산 양도차익은 분할법인의 익금(세법상 수익)에 산입하지만 적격 분할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과세를 이연할 수 있다. 압축기장충당금을 세무조정계산서에 계상하고, 법인세 과세표준신고서에 손금(세법상 비용) 산입(신고 조정)한 경우 손금으로 계상한 것으로 본다. 익금은 산입은 법인세액을 키우는 요인이다. 소득금액을 줄여주는 손금 공제는 그 반대다.
전 사장은 먼저 세금 지출을 줄이는 쪽을 선택을 했다. 적격 분할 요건에 맞춰 해외 철강 자회사를 지주사에 남기는 형태로 물적분할을 끝냈다. 분할 전 포스코 철강 자회사 중에는 적격 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임시 방편으로 지주사 밑에 있는 해외 철강 법인과 포스코가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형태로 운영 방안을 수립했다. 지주사와 산하 철강 자회사들이 협약을 맺어 포스코가 해외 철강 법인 경영을 맡는 식이다. 철강 자회사 포스코 이전은 차후 해결할 과제로 남겨뒀다.
때문에 이번 철강 사업 지분 정리를 포스코홀딩스 유동성 유입 거래로 보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사업 부문별 지휘 체계를 손보는 후속 거래에 가깝다.
전 사장은 최후의 보루로 지주사와 포스코 사이 지분 양수도 거래까지 염두에 둔 걸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현금성 자산 분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분할 전 포스코 현금성 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 11조8093억원을 포스코홀딩스에는 6조3093억원, 포스코롤는 5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사업회사인 포스코에 지주사 못지않은 현금성 자산을 넘겼다. 지주사에서 철강사업 관련 지분을 매입할 자금력을 쥐여준 셈이다.
현금성 자산은 계열사 지분, 유형자산 등과 달리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다.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존속기업과 분할신설회사로 배정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세운 물적분할 원칙은 사업 부문에 따라 자산 분배였다. 분할 대상 사업 부문에 관한 모든 자산·계약·권리·책임·의무를 분할신설회사에, 분할 대상 사업 부문에 속하지 않는 것은 분할존속회사에 각각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단 적격 분할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요소, 향후 운영·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배분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뒀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철강사업 관련 지분은 물적분할 시점부터 포스코로 넘기는 전략을 짜뒀다"며 "철강사업 연관 법인 소유와 경영을 포스코로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