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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유한양행

파트너에 매도권·풋옵션 제공, 리스크 보완 역할 자처

④엠지·이뮨온시아·워랜텍 주주와 약정, 낮은 환금성 한계

심아란 기자  2023-01-17 15:23:16
유한양행이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 차원에서 일종의 보증인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투자사 가운데 엠지·이뮨온시아·워랜텍 주주와 재무적 파트너십을 맺어 투자 리스크를 덜어준 사례가 발견된다.

구체적으로 유한양행은 보유한 투자사 지분을 처분하려면 파트너사 보유 물량도 함께 팔아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파트너에게 유한양행이 보유한 투자사 지분을 끌어다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도 제공한다. 재무적 완충지대를 자처하며 투자사의 자금 조달 안정성을 높였지만 그만큼 유한양행의 환금성이 낮아진 점은 한계로 남아 있다.

◇엠지·워랜텍 주주와 태그얼롱 조항 담은 약정 체결

유한양행은 작년 9월 말 기준 12개의 종속기업과 30개의 관계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3곳 기업의 주주와 체결한 계약 사항이 눈길을 끈다.

우선 2017년 유한양행 자회사로 편입된 엠지를 꼽을 수 있다. 수액용 주사제 제조사인 엠지는 2014년 유한양행을 최대주주로 맞았다. 그해 유한양행은 엠지의 구주와 신주를 각각 52억원, 47억원씩 총 99억원어치를 인수해 영양 수액제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치 225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으며 작년 9월 말 기준 지분율은 63.2%를 기록 중이다.

2018년부터 사업보고서에 엠지의 다른 주주와 공동매도권(태그얼롱·Tag along right)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기재하기 시작했다. 약정을 맺은 주주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기존 엠지 대표였던 신철수 전 사장과 그의 측근 경영진으로 관측된다.

유한양행이 엠지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2018년까지 유의미한 비율의 지분을 확보한 새로운 주주가 유입된 이력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 따라 유한양행은 엠지 주식을 처분하려면 공동매도권자가 희망하는 가격 조건에 맞춰 그가 보유한 물량까지 함께 팔아야 한다.

관계기업인 임플란트 제조사 워랜텍 일부 주주에게도 태그얼롱을 약속했다. 유한양행은 2017년 워랜텍의 지분 35.1%를 20억원에 인수하면서 덴탈 사업을 확장했다. 이듬해 추가로 20억원을 출자해 의결권 절반 이상을 확보하자 자회사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9년 지분율이 34%로 내려오면서 다시 관계사로 변경해 회계 처리했다. 그해 글로벌 임플란트 업체 스트라우만이 워랜텍 증자에 참여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유한양행의 지배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스트라우만과 투자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공동매도권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뮨온시아 FI, 드래그얼롱에 풋옵션도 보유

유한양행이 재무적으로 커다란 의무를 지는 투자사로는 이뮨온시아가 손꼽힌다. 이뮨온시아는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바이오텍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설립한 신약개발사다. 설립 자본금은 유한양행과 소렌토가 각각 120억원, 115억원씩 거의 동등한 비율로 책임졌다.

별도의 수익 기반 없이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이뮨온시아는 사업 특성상 지속적인 자금 조달은 필수다. 2019년 첫 외부 펀딩에 나섰으며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펀드를 상대로 4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다.

당시 자금 조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유한양행은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에 △이뮨온시아 지분 처분 시 사전 동의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Drag-Along Right) △풋옵션을 약속했다.

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이뮨온시아가 약속된 시점까지 기업공개(IPO)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측이 유한양행이 보유한 이뮨온시아 지분까지 끌어와 함께 매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수익률(IRR) 5%를 달성할 수 있는 금액도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측에 우선 배분하기로 돼 있다.

이뮨온시아가 경영실적 목표를 채우고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에도 유한양행 부담은 커진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이뮨온시아 지분을 유한양행이 되사주기로 약속하고 있다. 이때도 유한양행은 IRR 5%를 맞춰줘야 한다.

유한양행은 엠지, 워랜텍, 이뮨온시아 등의 우호주주에게 일정 수준 재무적 의무를 부담하면서 경영권 안정성을 높이고 의미있는 파트너십을 이끌어냈다. 다만 이들 3곳 기업의 지분증권은 유한양행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동성 확보 선택지는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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