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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유한양행

CFO 바뀌어도 투자 확대 꾸준, 공통점은 '분산' 전략

①올해도 신규 투자 의지, 이병만 CFO '수익' 달성 과제

심아란 기자  2023-01-12 15:25: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유한양행이 '연구개발(R&D) 중심 신약 개발사'라는 비전을 공표한 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네릭(복제약)과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도입해 성장해 온 정통 제약업을 뛰어넘어 회사 정체성에 신약개발 DNA를 새긴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자체 역량만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리기에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유한양행은 외부로 눈을 돌려 투자처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 차례 바뀌었으나 투자 확대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들 CFO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여러 영역에 분산 투자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금융시장 침체 등 경영환경이 비우호적이지만 유한양행은 올해도 신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새로 부임한 재무수장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은 회사가치 향상과 투자수익 창출에서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타법인 출자액 순증 기조, CFO 투자 방향성 일치

유한양행은 2016년부터 IR 자료에 외부 투자 현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해부터 작년 9월 말까지 2017년을 제외하면 유한양행의 타법인 출자금액은 순증가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동안 순지출액은 3303억원으로 파악된다. 타법인 지분의 장부가치는 2016년 4350억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기준 7794억원으로 79% 높아졌다.


외부 투자를 늘리는 동안 CFO는 세 차례 교체됐다. △박종현 전무(현 유한크로락스 대표) △조욱제 부사장(현 유한양행 대표) △김재훈 전무(현 ESG경영실장) 등 세 사람이 재무수장 자리를 거쳐갔으며 작년 10월부터는 이병만 전무가 CFO로 발탁된 상태다. 유한양행에는 CFO라는 직함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경영관리본부장이 관련 업무를 책임진다.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이 완벽히 분리된 지배구조 아래 사원이 CEO까지 올라서는 경영 문화가 자리잡은 곳이다. CFO의 빈번한 교체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유한양행 이사회는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관리는 물론 영업과 기획, 약품사업과 생산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야 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임원 간 내부 직무 이동이 잦은 편이다.

전임 CFO들의 투자 방향성은 상당 부분 일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벤처기업에 10억~50억원가량의 자금을 분산해 출자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개발 계약을 맺는 거래가 주를 이뤘다. 분산 투자 덕분에 신약 프로젝트도 항암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중추신경계(CNS) 등 여러 분야에서 확보했다.

가장 새로운 시도를 했던 CFO로는 박종현 전무가 꼽힌다.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2016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 INC.)의 지분 12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동시에 소렌토와 함께 미국에 합작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하고 추가로 12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2021년 이뮨온시아에는 60억원의 후속 투자도 마쳤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해외투자 성과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소렌토의 주가 하락으로 유한양행은 작년 9월 말 기준 투자 원금 대비 66%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뮨온시아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으나 지난해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해 기업공개(IPO) 일정이 미뤄졌다.

◇렉라자 출시 성과, 이병만 CFO '투자수익' 과제

유한양행 투자의 핵심 성과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출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물질로 2021년 2차 치료제로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제노스코에 약 80억원도 출자했다. 렉라자의 경우 해외 기술이전에도 성공해 유한양행은 미국 얀센과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타법인 지분 100%를 인수한 사례는 없으며 대부분 관계·공동기업으로 분류할 정도의 투자만 집행했다. 단숨에 자회사로 만든 투자처는 에이투젠이 꼽힌다.

이는 김재훈 CFO 임기 중 확보한 포트폴리오다. 유한양행은 작년 9월 에이투젠의 지분 60%를 105억원에 인수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에 협력하는 동시에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에이투젠에 추가 출자도 계획 중이다.

작년 10월 CFO 배턴을 이어 받은 이병만 전무는 기존 투자처의 밸류 상향도 신경써야 할 임무다. 지난해부터 유한양행은 IR 자료에 '투자 수익'으로도 기업가치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담기 시작했다.

유한양행은 CFO가 관리하는 경영관리본부 내 투자관리팀에서 대부분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연구소나 대표이사 직속 부서인 전략실에서도 투자처를 발굴하는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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