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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일 많은 삼성바이오, 4공장 선수주 '관건'

상반기 에피스 인수 잔금 1조·만기 회사채 400억 대기…시설투자도 지속

심아란 기자  2023-01-10 08:23:16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부사장은 지난해 3조원대 유상증자에 성공하며 시설투자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 등 자금 소요에 대응했다. 투자는 현재진행형으로 올해도 에피스 인수 잔금, 생산설비 확충 등에 1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작년 9월 말 별도기준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본적지출(CAPEX) 계획을 고려하면 여유로운 금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입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영업창출현금흐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부사장이 유동성 유지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면 올해 4공장 완공 전 수주 확보가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에피스 인수 대금 1조 및 만기 도래 회사채 대기

올해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에피스 인수 대금 중 잔금 8억1250만달러(약 1조119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작년 1월 바이오젠과 에피스 지분 양수도 계약 조건에 따른 2회차 납입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하던 에피스 주식 '50%-1'주를 23억달러(당시 2조7655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양수 대금은 총 3회에 걸쳐 분할 지급하기로 했으며 작년 4월에 1회차 대금 10억달러(약 1조2400억원)를 지불한 상태다.

김 부사장은 1회차 자금 납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4월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 이후 첫 번째 유상증자였다. 총 3조2008억원의 자기자본을 마련해 재무 부담을 최소화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시의적절하게 삼성바이오로직스 유동성 여력을 키우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직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하고 투자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와 맞물려 환율이 오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부담해야 할 에피스 인수 잔금은 계획보다 증가했다. 올해 4월 납부해야 할 2회차 인수 대금은 기존 9770억원을 예상했지만 현 시점 349억원가량 증가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보유 중인 외화가 풍부한 만큼 실질적인 현금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에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400억원도 대기 중이다. 이는 2018년에 사모 형태로 발행된 물량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아직까지 차환 발행이나 현금 상환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현금 보유 2.9조, 현금창출력 관건은 '4공장 선수주'

물론 작년 9월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9158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에피스 인수 잔금과 회사채 만기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설투자가 지속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능력(capacity)이 곧 사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설비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0년에 1조7400억원으로 계획했던 4공장 투자금액은 작년 10월에 2조원으로 증액했다. 자금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4공장 구축에 약 5900억원의 현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CMO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시설투자, 글로벌 거점 확보 등에도 3000억원 이상의 CAPEX 투자를 예고한 만큼 김 부사장이 당면한 과제는 유동성 관리다. 특히 내년에도 바이오젠에 지급해야 할 에피스 인수 잔금 5450억원,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 등 대규모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앞으로 투자에 대해서는 자체 자금과 은행 차입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유지 등도 김 부사장이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작년에 3조원대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며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평정 받은 장기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1 노치 상향된 상태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A급 유지 조건으로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 유지를 제시하고 있다.

유지보수 등 비용 부담이 큰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특성상 투자비 조기회수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주와 공장 가동률 유지가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기계약으로 이뤄지는 CMO 사업을 고려해 연내 4공장 완공 전 가동률 100%에 준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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