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현재 거시경제 지표 가운데 기업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안기는 건 '금리'다.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주요 국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기 때문에 인상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고 급격하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022년 1월 초 한국은행은 1.00%였던 기준금리를 11월까지 일곱 차례 인상해 3.25%를 유지하고 있다. 1년간 2.25%포인트(P)를 올린 사례는 역대에도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0.25%였던 기준금리를 4.5%로 올렸다. 15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다양한 지표에 영향을 주지만, 지속해서 시장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이는 금융기관과 채권시장 등에서 상시 운영자금과 투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에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요 기업의 이자비용 부담은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상위 30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별도기준 이자비용을 취합한 결과, 총 이자비용은 5조79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6%(2조780억원) 늘어났다.
◇꼬박 1년 전 회사채 발행하고 대출했다면
이자비용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금융사에선 한화생명, 제조사에선 현대모비스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은 2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14% 증가했다. 이는 일단 지난해 2월과 6월, 9월에 각각 후순위채와 환매조건부채권(REPO)을 발행한 이유가 컸다.
이자발생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2022년 6월이 아닌 2021년 6월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면 이자율을 적어도 2%p 이상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자비용을 감축할 수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지난해 6월 한화생명이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후순위채(AA0)의 금리는 5.30%다. 꼬박 1년 전 하나은행이 4350억원 규모로 발행한 동일한 등급의 후순위채 금리는 2.58%다. 차이는 2.72%p다. 이 사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50%에서 1.75%로 뛰어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 상승, 그리고 이자비용 확대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3분기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은 1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4% 늘어났다. 이는 한화생명처럼 회사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은 아니고 금융기관 대출의 일종인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채권 담보대출 규모는 8621억원에서 1조2509억원으로 45.1% 증가했다.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고객사가 매출채권을 갚기 이전에 빠르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한다. 많은 기업이 택하는 현금 확보 수단이다. 매출액 증가와 함께 매출채권이 늘자 현대모비스도 같은 목적에서 관련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처의 대부분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는 계열사들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매출채권을 받아주는 희생을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매입채무는 지난해 3분기까지 소폭 증가했다.
현대모비스의 매출채권 담보대출도 한화생명 후순위채 사례처럼, 꼬박 1년 전에 대출을 일으켰으면 이자율에서 이익을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9월 말 현대모비스 매출채권 담보대출 이자율은 '2개월물 LIBOR 금리+0.23%'였지만, 2022년 9월 말엔 '3개월물 LIBOR금리+0.30%'로 상승했다.
◇1분기 내 금리 추가 상승...하반기 경기침체 전망
종합하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채권시장과 금융기관 대출 등 기업이 돈을 빌리는 모든 영역에서 비용 상승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역시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다.
국내 대기업 운영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LG경영연구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경영인을 위한 2023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1분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정도의 인상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곧 시장금리가 상승할 여지가 더 있다는 의미다. 올해 사채와 대출 등 차입금을 차환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 여파가 당장보다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매출 감소가 올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비해 기업들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불가피하게 현금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지불해야 할 이자보다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 재계에서도 다수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LG경영연구원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데 통상 2~4분기 정도 시차가 있음을 감안하면 높아진 금리 수준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 소비 위축 등 경기 침체는 내년(2023년) 중반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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