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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승계 서막

코오롱글로벌 인적분할, 왜 지금일까

①이웅열 퇴진 후 자동차부문 전략적 성장…'경고등' 켜진 건설업과 분리

고진영 기자  2022-12-29 08:00:00

편집자주

코오롱글로벌의 인적분할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지분 상속을 위한 ‘꼼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승계를 앞둔 여타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지배력 확대의 수단이 아닌 것은 맞는데, 그렇다면 정말 승계와 무관한 결정일까. 4세 시대를 준비하는 코오롱그룹의 전략을 THE CFO가 분석해본다.
기업의 인적분할은 보통 승계과정에서 오너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대주주 지분이 많은 자회사를 분할, 투자회사를 지주사로 세우고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바꾸면 자금을 쓰지않고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OCI, 그리고 동국제강이 비슷한 경우다.

그러나 이런 전형적 패턴을 코오롱글로벌의 케이스에 적용해보면 다소 갸우뚱해진다. 우선 코오롱그룹은 이미 지주사 체제고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지주사 지분도 이미 충분하다. 반면 총수일가가 가진 코오롱글로벌 지분은 0%대에 그친다. 특히 4세인 이규호 사장은 ㈜코오롱뿐 아니라 코오롱글로벌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코오롱글로벌의 이번 인적분할은, 적어도 지배력 측면에서는 오너 일가에 딱히 득이 될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멀쩡한 회사를 굳이 둘로 나누기로 했을까.

“경영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주식은 1주도 물려줄 수 없다.” 아들 이규호 사장의 승계를 두고 이웅열 명예회장이 했던 약속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웅열의 퇴진과 자동차 재편

코오롱그룹은 장자승계를 오래 고수해왔다. 1957년 ‘한국나이롱’을 세운 고(故) 이원만 창업주부터 고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명예회장에 이르기까지 빠지지않고 지킨 원칙이다. 몇세대를 이어온 전통이 쉽게 깨질리 없다.

능력 입증이 없으면 승계도 없다는 이웅열 회장의 공언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4세 승계의 단절을 정말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반드시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게 옳다. 그렇다면 능력이 빛날 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동이 잦았던 이규호 사장의 행적에서도 이런 뜻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 출생,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그가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4년 4월엔 부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건설)에서 건설현장을 관리했고 2015년 말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복귀하면서 상부보로 첫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발령은 경영진단실로 났다. 먼저 현장경험을 쌓은 뒤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전략부서로 옮긴 셈이다.

2017년엔 지주회사 ㈜코오롱 상무(전략기획담당)로, 다시 1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해 패션에 발을 담갔다. 이때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입사한 뒤로 겹치는 업무가 없었으며 핵심 계열사를 두루 돌면서 그룹 전반을 훑었다. 후계자가 될 준비작업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 2018년 말 이웅열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난다. 주목할 부분은 그의 퇴진으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코오롱글로벌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사업 재편이 뒤를 따랐다는 점이다. BMW 딜러사였던 코오롱글로벌은 2020년 11월에는 수입차 정비회사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까지 인수했다.

이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는 볼보 딜러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 지분 100%와 아우디 딜러사업을 하는 ‘코오롱아우토’ 지분 99.33%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아래로 그룹 자동차사업이 교통정리되면서 수입차 삼각편대를 갖춘 '메가딜러'로 도약한 그림이다.

◇건설업 위기와 맞물린 이별…성장산업 물려받은 이규호

동시에 이규호 사장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으로 이동한다. 원래 성장축이었던 패션부분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다. 부진한 패션을 떠나 이 사장이 새로 키를 잡은 자동차부문은 잠재력이 상당했다. 2018년 이후 매년 매출이 뛰었고 올해는 급기야 자동차부문 매출이 건설 매출을 뛰어넘었다.

코오롱글로벌 매출구성을 보면 자동차판매부문 비중이 2018년 3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2.5%로 건설(47.1%)부문과 비등해졌다. 올해는 9월 말 기준 46.7%를 차지해 건설(43.4%)을 추월했다.



다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자동차부문은 원가율이 90%를 넘다 보니 수익성 측면에서는 건설부문의 발목을 잡아왔다. 올해 9월 말 실적을 봐도 자동차부문은 누적 영업이익이 511억원에 그친 반면 건설부문은 1400억원을 넘었다. 그동안 건설업이 가져온 현금이 자동차부문 성장의 양분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제 건설에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하기엔 너무 위험해졌다. 건설업종은 부동산시장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 등으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동차부문이 건설부문을 누른 원년, 그리고 건설업 경영난이 예고된 시기에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독립을 결정한 셈이다. 게다가 수입차시장은 1억원을 넘는 고급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9.5%에 이른다.

코오롱글로벌은 2023년 1월1일부로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출범한다. 이 사장이 대표를 맡기로 했다. '건설 리스크'에서 자유로진 이규호 사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무대가 이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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