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SK디스커버리의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보면 유독 서울대 출신, 현직 교수 비중이 많다. 실제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난 5년 동안 회사를 거쳐간 사외이사 8명 가운데 5명은 서울대 출신 및 현직 교수였다.
하지만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올 들어 특정 학군을 따르지 않는 사외이사 선임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SK디스커버리가 '사외이사 독립성 및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거버넌스 개편에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대 출신-현직 교수 성향 뚜렷
SK디스커버리 이사회는 현재 5명으로 구성돼있다. 최창원 대표이사 부회장과 안재현 대표이사 사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 사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전광현 SK케미칼 사장과 자리를 맞바꿀 예정이다. 사외이사는 송재용, 김용준, 김현진 이사 등 셋이다.
송재용 이사를 제외하면 전부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다. 임기가 만료된 박상규 전 이사를 비롯해 올해 홍원준, 오영호 이사 등이 중도 퇴임함에 따라 사외이사 진용을 새로 짰다. 퇴임한 이사 셋 가운데 박 전 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지난해에는 사내이사까지 포함해 이사진 7명 중 6명을 서울대 출신으로 채우기도 했다. 지난 2015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돼 7년 가까이 활동한 박상규 전 이사(중앙대)를 제외하면 이사진들은 사실상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지주사 체제 이전인 2017년 초에도 서울대 출신 비중은 압도적(85%)이었다.
사외이사 관련 '현직 교수' 선호 경향 역시 두드러진다.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2명은 모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송 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 이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다.
올해 초 이사진을 대거 물갈이하면서도 전현직 교수를 사외이사에 중용하는 인사 기조만큼은 유지한 셈이다. 이는 2017년까지의 사외이사진 명단을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SK디스커버리를 거쳐간 사외이사 8명 가운데 5명이 전현직 교수 출신이었다.
◇변화 흐름 감지
물론 전문성을 갖춘 '서울대 출신', '현직 교수'들은 전통적인 대기업 사외이사 선호 인물들이다. 다만 특정 학력과 직군 출신의 사외이사만 선임되는 것은 이사회 다양성 등의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사뭇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상반기에 '사외이사 독립성 및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주주 및 시장의 요구 수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이사회 후보군을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도 서울대 출신은 확 줄였다.
현재 이사회에 참여 중인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서울대 출신은 송재용 교수 뿐이다. 3월에 선임된 김용준 이사는 미국 시라큐스대를 졸업한 이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중부지방 국세청장 등을 지냈다. 김현진 이사의 경우 일본 도쿄대를 졸업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일하며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특정 학력을 따르지 않는 기조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K디스커버리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의 전광현 SK케미칼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다. 전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이사회 진입이 점쳐지는 남기중 재무실장은 카이스트(KAIST)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 가능성도 열려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올해를 제외하면 매년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이사회를 꾸려왔다. 현재는 사외이사가 3인뿐이다. 다만 SK디스커버리 측은 아직까지 사외이사 선임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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