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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SK디스커버리

한지붕 다른 이사회, 공통점과 차이점

②그룹 가이드라인 따르는 이사회, 지배구조(G) 평가에선 가장 낮은 등급

이호준 기자  2022-12-23 16:03:1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올해로 5년째다. 여전히 ‘SK’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SK그룹과는 지분 관계가 없는 기업 집단이다. 그 사이 종속회사들은 바이오, 화학, 에너지라는 뚜렷한 사업 구조를 잡아가며 독립 경영을 강화해 왔다.

그래도 공통분모들은 아직 남아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도 그중 하나다. SK디스커버리는 현재 각 계열사 이사회가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SK그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을 이어가고 있다.

◇발 맞추는 '이사회 중심 경영'

SK디스커버리는 그간 이사회 구성이 상당히 극적으로 변화한 편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로 변모한지 5년만에 이사회활동 평가 결과 공개, 지배구조헌장 제정, 2개의 전문위원회(ESG위원회, 인사위원회) 설치 등이 이뤄졌다.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SK디스커버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SK디스커버리가 지배구조헌장 제정을 결정한 시기는 2020년이다. 하지만 이보다 2년 전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대기업 지주회사 최초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만들었다.

전문위원회 설치는 더 빨랐다. SK㈜는 지난 2016년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사외이사로만 위원회를 꾸리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루고자 했다. 지난해 3월에는 ‘ESG 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설치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SK그룹 차원의 기조인 만큼 SK디스커버리 역시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2개의 전문위원회(인사위원회,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밖에 경영위원회와 재무위원회 등 추가적인 위원회 구성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구성 방식도 동일하다. SK㈜와 마찬가지로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인사위원회를 꾸렸다. ESG위원회에는 전원 사외이사를 포진시켰다. 이밖에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이사회 활동 평가 결과도 2020년 이후 매년 공개하며 개선점을 찾고 있다.

이에 더해 이사회를 통한 계열사 참여 방식도 유사하다. SK디스커버리 캐시카우 SK가스 이사회에는 최창원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에 지주회사 인사를 참여시키고 있는 SK㈜의 상황과 같다.

◇지배구조(G) 평가, 홀로 'B+'

다만 SK그룹 내 다른 지주회사 및 핵심 계열사에 견줘 SK디스커버리 이사회 구성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는 평가다. 예컨대 올해 SK㈜는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을 한눈에 평가할 수 있는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 Matrix)를 도입했다.

지난 11월에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이사회 업무를 지원하는 포털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지주회사인 SK㈜를 비롯해 SK하이닉스, SKC,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등은 이미 도입을 했거나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간 회사들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와 SKC의 경우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주요 경영현안에 관한 브리핑을 요구하고 이사회 운영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이 확보된다.

외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와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SK디스커버리 등이 핵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중 SK디스커버리만 유일하게 올해 한국ESG구조원(KCGS) 지배구조(G) 평가에서 'B+' 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SK디스커버리의 시도가 주목된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 제도의 경우 SK디스커버리가 그룹 이사회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 만큼 향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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