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더벨이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올해도 어김없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 철수설이 불거졌다. 어느 때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향상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내 최대 법인인 베이징현대(BHMC)의 올해 성적표는 수천억원대 순손실이다. 다행이라면 합작법인이기 때문에 현대차에 미치는 영향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업계는 중국 철수설을 설득력 없는 연례행사 정도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폭스바겐과 토요타, GM 등은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도 오히려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림으로써 글로벌 판매량 기준 3위 자리(기아 판매량 포함)를 더욱더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돈의 흐름'으로도 확인된다.
회사가 최근 발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베이징현대에 5979억원을 출자했다. 2016년 2424억원을 출자한 이후 약 6년 만에 자본을 수혈했다. 그간 반복된 판매량 감소와 순손실로 법인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해(2021년)가 있었음에도 출자만은 피했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올해 출자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중국몽'은 2002년 본격화했다. 완성차 제조 및 판매 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세워진 해다. 이후 꾸준히 자본을 수혈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2003년을 제외하고 300~1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공급해 법인을 키웠다. 2011년(865억원)과 2015년(2361억원), 2016년(2424억원)에도 대규모 자본을 지원했다.
올해 출자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만 20년간 베이징현대에 들어간 자본만 1조6378억원이다. 출자 규모로만 보면 해외 법인 가운데 베이징현대보다 현대차가 '애지중지'한 곳은 없다. 북미법인(HMA) 규모도 눈에 띄지만 북미법인은 베이징현대보다 17년 빠른 1985년에 세워졌다.
베이징법인뿐 아니라 중국 내 다른 법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쓰촨현대(2012년 합작 설립)에서 법인명을 현대트럭앤버스차이나로 바꾼 중국 상용차 법인(HTBC)에는 지난해 5513억원을 출자했다. HTBC에 지금까지 출자한 규모는 9136억원으로 추산된다.
사실 현대트럭앤버스차이나 전신인 쓰촨현대야말로 중국 철수설의 불씨 중 하나였다. 법인 출범 이후 흑자보다는 적자를 기록한 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합작한 쓰촨난민자동차그룹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출자까지 하면서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중국 내 투자 법인으로 2004년 설립한 HMGC에도 꾸준히 출자하고 있다. 지난해 253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공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에 대한 할부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BHAF(2012년)에도 지금까지 500억원 넘는 자금을 출자했다.
베이징현대를 포함해 현대차가 지금까지 중국에 순전히 출자한 규모만 2조6000억원이 넘는다. 중국 사업은 현대차에 손에 꼽히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현재진행형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더군다나 중국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판매량 기준 38.4%로 1위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 사업 포기는 큰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30.0% 감소한 17만7000여대였다. 시장 점유율은 1.2%로 전년동기 대비 소폭 떨어졌다.
현대차 측은 "중국에서는 부품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도매 제약이 지속됐다"며 "판매비용 축소 등 판매 펀더멘털 개선으로 경쟁력 확보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전기차와 고급 차량(제네시스)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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