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더벨이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신규출자 1조 시대'를 연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만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어느 때보다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비는 3조1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 32%(747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중도 2.5%에서 2.6%로 소폭 상승했다. 증가하는 매출액에 맞춰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 지위도 높였다. 2016년 양웅철 연구개발본부 담당은 부회장이었으나 이사회엔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연구개발본부장인 박정국 사장은 사내이사로 이사회 일원이다. 현대차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검토하는 데 연구개발 임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예산이 늘어나고 총괄 임원의 지위가 상승하면 관련 조직 임직원이 갖는 책임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 연구개발비 자산화율이 감소하는 상황이라 연구개발 조직 임직원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개발비 자산화율은 연구개발의 성과를 측정하는 회계 지표다. 2016년 현대차의 연구개발비 자산화율은 52.1%였으나 2021년 42.7%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도 36.2%를 기록해 감소세가 이어졌다. 성과로 인식하지 않는 비중은 반대로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같은 기간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는 회사의 회계 정책이 보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수 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해 매년 정해진 액수만큼을 비용처리하기보단 한 번에 비용처리하는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도 자산화율을 높게 산정하는 기업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연구개발 성과가 미진하든, 회계 정책이 바뀌었든 예산과 비용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점은 변함없다. 특히 직접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개발본부 재경 임직원의 고민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개발비 관련 비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세액공제'다. 현대차도 11일 현재 연구개발본부에서 △회계감사 대응과 연구개발비 결산 △세무신고 및 리스크 관리 △연구소 예산 검토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담당자를 찾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연구개발비 관련 세액공제 대상 검토 및 발굴'을 구체적인 업무로 특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바뀌어 올해 시행된 개정세법은 국가전략기술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 등 세 개 분야를 선정하고 관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시에 세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와 24조에 따르면 현대차가 기술력 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이차전지에 대해선 관련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비율이 2%에서 최대 40%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차전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도 6%로 높아졌다. 국가전략기술이 아닌 분야에 대한 시설투자의 세액공제 비율은 최대 1%에 불과하다.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적용시기도 2021년 7월 이후인 점도 현대차로선 긍정적이다. 최근 연구개발비에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연구개발본부 재경 임직원 입장에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현대차는 연구개발본부 재경 조직을 꾸준히 확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채용할 연구개발비 결산 담당자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가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남양연구소 재경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며 "투자 품의와 집행 검토, 개발비 결산을 통해 연구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업무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현재 연구개발재경팀장은 편수범 상무다. 1986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에 현대차에 입사했다. 회계팀장과 회계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21년부터 연구개발재경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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