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4대그룹 다른 대기업집단이나 중견·중소기업의 롤모델이다. 그들을 보면 국내 기업 문화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4대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확연히 구분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LG그룹 계열사들은 CFO가 거의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상위 250대 기업 CFO 이사회 참여율이 5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다. SK그룹은 젊다는 특징이 있다. 250대기업 평균과 비교해도 3살 가량 낮다.
◇삼성·LG 경영위도 참여…현대는 '평가'에 중점
THE CFO가 국내 250대 기업 CFO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재계 1위 삼성그룹은 13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물산을 제외한 12개사(92.3%)가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박학규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선 삼성생명 부사장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 △정주성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이종완 삼성증권 부사장 △정홍구 제일기획 부사장 △김준환 호텔신라 상무 △박준성 에스원 부사장 등이다.
재계 3위 현대차그룹은 250대 기업 안에 현대자동차(서강현 부사장)와 기아(주우정 부사장) 등 11개사가 있는데 CFO들이 100% 사내이사다. 재계 4위 LG그룹도 LG화학(차동석 부사장)과 LG전자(배두용 부사장) 등 8개사 CFO들이 모두 이사회멤버다.
평균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참여율이다. 250대기업 전체로 보면 이사회에 참여하는 CFO는 107명으로 비중이 45%에 그친다. 4대그룹을 제외하면 참여율이 32%로 줄어든다. 그룹 규모가 클수록 CFO 중용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에선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현장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같은 의미에서 재무정보를 쥔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구성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과 LG그룹은 CFO들이 이사회내 경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결의 사항이 아닌 일반 경영현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다. △연간·중장기 경영 방침과 전략 △사업계획과 구조조정 △주요 자회사 매입·매각 등을 다룬다. 경영효율화를 위함이다.
CFO 업무 영역을 재무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경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기업경영도 최종 의사결정(이사회)만 하는 수준이 아닌 밑단(경영위원회)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CEO 못지 않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제외한 12개사 CFO가 모두 경영위에 참여하고 있다. LG그룹은 △차동석 LG화학 부사장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김창태 LG이노텍 전무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전무 등 4명이다.
현대차그룹은 경영위 대신 주로 보수위원회를 통해 CFO에 힘을 싣고 있다. 경영보다는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경영위를 두고 있는 곳은 현대차증권 밖에 없다. CFO인 김상철 상무가 참여하고 있다. 반면 보수위원회엔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광평 현대건설 전무 △배형근 현대모비스 부사장 △김사원 현대위아 전무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 등 5명이 참여한다.
재계 2위 SK그룹은 250대 기업에 포함된 11개 계열사 중에 CFO가 사내이사인 곳은 SK스퀘어(윤풍영 CIO)밖에 없다. SK그룹은 CFO 대신 다양한 사외이사들을 이사회에 포진시켜 경영투명성과 전문성을 도모하는 기조가 있다.
◇SK그룹 젊은 피 기용…삼성엔 장수 CFO 여럿
4대그룹 계열사 CFO 41명의 평균나이는 만 55.4세였다. 250대 기업 평균인 55세와 비슷하다. 다만 그룹별로 보면 차이가 있다.
SK그룹이 유독 젊다. 계열 CFO 10인의 평균연령이 52.5세다. 최연소 CFO는 윤풍영 SK스퀘어 CIO로 1974년생(48세)이다. 최용성 SK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과 정지영 SK바이오팜 재무본부장도 각각 49세로 40대다. 김기동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1971년생, 51세)과 오택승 SKIET 부사장(1970년생, 52세)과 최두환 SKC 부사장(1970년생, 52세)도 평균보다 적다. 최고령 CFO는 지주사 SK 소속 이성형 부사장으로 1965년생(57세)이다.
최근 그룹 전반으로 세대교체를 한 영향이다. SK CFO들 평균 근무기간(CFO보직 국한)은 20.3개월로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성형 SK 부사장이 3년 10개월로 근무기간이 가장 길다. 나머지 CFO들은 1~2년 전에 선임됐다. 김기동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과 김진원 SK텔레콤 담당,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 윤풍영 SK스퀘어 CIO 등은 1년 전 선임됐고 나머지 CFO들은 2년 전이다.
삼성그룹은 평균 56.6세로 250대 평균보다 많다. 13명 중 11명이 50대 후반이다.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과 박준성 에스원 부사장이 1963년생(59세)로 최고 연장자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정주성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정홍구 제일기획 부사장은 1964년생(58세)이다. 최연소가 이종완 삼성증권 부사장으로 1971년생(51세)다.
삼성 평균 근무기간은 3년(35.5개월) 정도다. 장수 CFO가 다수 있다. 최장수는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으로 2014년말 선임돼 8년 가까이 재직중이다. 2016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가 있다. 박준성 에스원 부사장은 5년 10개월, 배진한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4년 10개월째다. 김준환 호텔신라 부사장(47개월)과정홍구 제일기획 부사장(46개월)은 4년을 거의 채웠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11개월)과 김선 삼성생명 부사장(7개월)은 선임된지 1년이 채 안됐다.
현대차그룹은 평균 55.6세다. 김사원 현대위아 전무와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 주우정 기아 부사장이 1964년생(58세)으로 연장자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1968년생(54세)이다. 최연소는 황경원 현대오토에버 상무로 1971년생(51세)이다. 현대차그룹 평균 근무기간은 2년 7개월이다. 김영선 현대글로비스 부사장이 5년 일해 최장수다.
LG그룹은 평균 57.1세로 4대그룹 중 가장 많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과 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이 1962년생(60세)이 연장자다. 최연소가 1968년생(54세)인 하범종 LG 사장이다. 주력사인 LG화학 차동석 부사장은 1963년생(59세)다. 나머지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전무(1964년생)와 배두용 LG전자 부사장(1966년생),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1967년생), 김창태 LG이노텍 전무(1967년생)도 50대 중후반이다. LG 평균 근무기간은 39개월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최장수(83개월)로 7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250대 기업 선정 기준
THE CFO는 2022년 3월 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00위, 코스닥 50위 내 기업과 비상장 금융회사(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소속된 CFO 정보를 취합했습니다. CFO가 없거나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기업은 DB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2022년 11월 250대 기업 중 the cfo 홈페이지에 등록된 CFO는 237명(겸직 포함)입니다.
※등록 CFO 현황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