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3사가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R&D)에 앞다퉈 총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은 인사와 보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개발 책임자를 이사회에 포함시키거나 C레벨로 선임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3사 모두 사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의 보수를 연구개발 관련 임원에게 지급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LG엔솔, CPO·CTO·CQO 삼각체제 '거대 편제'
배터리 3사는 최근 R&D 조직에 부쩍 힘을 싣는 추세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을 보면 작년 말 권영수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로 이런 움직임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배터리연구소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승격하고 그 휘하에 차세대 전지 개발 전담 센터급 조직을 신설했다. 최고품질책임자(CQO) 직책 역시 새로 만들었다.
현재 CTO가 차세대 전지개발과 셀 선행기술 등을 맡고 최고품질책임자(CQO)가 개발품질, 최고생산·구매책임자(CPO)가 공정기술과 설비기술 등을 담당하고 있다. 3개 조직이 모두 R&D 관련으로 분류되지만 운영은 별도로 한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전지사업부, 소형전지사업부, ESS전지사업부 등 사업부들도 별도의 개발센터를 각각 거느리는 구조다.
모체인 LG화학은 CTO와 사업본부 산하 개발센터로만 R&D조직이 구성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연구개발 조직을 거대하게 꾸렸다고 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CPO와 CTO, CQO 등은 조직상으론 상하관계는 아니다”라며 “연구조직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서로 개발하는 내용들이 달라서 하나로 묶어서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CPO인 김명환 사장이다. CPO라는 말 그대로 생산라인을 책임진다. 김 사장은 애초 화학에서 전지사업본부 CPO, 배터리연구소장을 겸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CPO만 맡고 있다. 앞서20년 넘게 LG화학에서 배터리연구소장을 지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전지를 양산하는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이사회 명단에 올라 있지 않지만 보수는 등기임원에 버금간다. 상반기에 6억4500만원을 받았으며 회사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액수다. 게다가 그 윗줄인 김종현 전 대표와 조혜성 전 전무, 구호남 전 전무가 각각 보수 1위, 2위, 4위를 각각 차지한 데는 퇴직금으로 6억~42원 수준을 받은 이유가 컸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김명호 사장이 권영수 부회장에 이어 사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급여를 받았다.
다른 임원들을 보면 과거 김 사장이 맡았던 배터리연구소장 자리(현 CTO)는 신영준 전무가 이어받았다. LG화학 시절부터 ESS전지사업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CQO인 김수령 부사장의 경우 LG화학에서 전지, 품질센터장을 담당했었다.
◇SK온 이장원 부사장…'오너보다 많은' 보수
SK온 역시 이에 못지않게 연구개발조직에 힘을 싣는 추세다. 배터리 3사 중 연구개발 책임자가 사내이사로 등기된 곳은 SK온 뿐이다. SK이노베이션 시절부터 배터리연구원장을 맡았던 이장원 부사장이 작년 말 SK온 출범과 함께 ‘연구원 담당’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1993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시작해 SK이노베이션 첨단소재연구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SK온은 연구조직이 배터리 선행연구센터, 셀(Cell)개발센터, 배터 시스템개발센터, 배터리 공정개발실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를 이 부사장이 총괄한다.
이 부사장은 올 상반기에 국내 배터리3사의 연구개발 담당임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지급받기도 했다. 총 6억7500만원을 수령했는데 회사 내부에서 따질 때 지동섭 대표(14억7600만원)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액수고 오너일가인 최재원 부회장(5억2100만원)보다도 많았다.
보수 내역을 뜯어보면 절반 이상인 4억4400만원이 성과금으로 지급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NE) 전기차(EV) 페이즈2 샘플 셀 개발, 캐비닛 타입 ESS시스템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고려해 성과금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급속충전이나 안정성 관련 단기 선행기술 개발, 에너지밀도 관련 중기 선행기술 개발에 대한 성과도 인정받았다.
◇삼성SDI, 장혁 부사장도 한때 이사회 멤버…삼성그룹 최초
3사 중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삼성SDI의 경우 SDI연구소를 중심으로 R&D가 이뤄진다. 중대형전지사업부, 소형전지사업부, 전자재료사업부 등 사업부문별로도 각각 개발실을 거느렸지만 연구소와 성격이 다르다.
삼성SDI관계자는 “연구소가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각 사업부문 산하의 개발실들은 이미 완성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에 가까운 셈이다.
SDI연구소를 맡고 있는 장혁 부사장은 작년 초 연구소 소장으로 발령나면서 이사회 멤버로 전진배치됐다. 연구소장이 등기임원 명단에 오르는 것은 삼성그룹 전체에서 처음이었던 만큼 시사점이 상당한 일이다.
1년 만인 올해 초 사내이사에서 다시 물러나긴 했으나 이는 형식적 이유 탓이 컸다. 이때 대표이사였던 전영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분리되고 최윤호 사장이 새롭게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사내이사가 1명 늘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이어야 하는 상법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장 부사장이 사임했지만 내부적으로 역할 축소 등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의 경우 올 상반기 장 부사장이 전사에서 3번째로 많은 액수를 가져갔다. 장 부사장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5억원으로 전영현 부회장과 대표이사인 최윤호 사장의 바로 뒤를 잇는 수치다. 이중 상여금이 2억원 정도인데 ‘차별화 선행기술 개발 및 중장기 R&D 전략 추진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한 공으로 주어졌다.
SDI연구소에는 장 부사장을 제외하고도 최익규 부사장, 김기헌 상무, 나재호 상무, 박규성 상무, 유아름 상무, 장운석 상무 등 담당임원이 6명 더 있다. 작년 말 승진한 최익규 부사장의 경우 부사장급 승진자 중 만 나이로 유일한 40대였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인력의 중용 기조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