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된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이 공직자 취업승인을 받으면서 선임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그는 작년까지 공직에 있어 재취업 심사대상이었다. 삼성전자도 취업승인을 조건으로 그를 내정했다.
유 후보는 특히 국가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이익을 사유로 인정받았다. 산자부와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로 활동한 경험, 전문성이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관건은 내달 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주주의 과반 이상 찬성을 얻는 것이다.
◇퇴직 후 3년 안돼 공직자 취업심사 대상, 최근 승인 받아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사외이사 후보로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와 허은녕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을 올렸다. 한화진 사외이사가 지난 4월 환경부장관으로 간데 이어 5월 박병국 사외이사의 갑작스런 별세 등으로 공석이 생기면서 후임자를 선정했다.
다만 유 후보에 대해선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을 조건으로 걸었다. 산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자유무역협정추진 기획단장(2015~2017년), 통상정책국장(2017~2018년), 통상교섭실장(2018~2019년), 통상교섭본부장(2019~2021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2021~2022년) 등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주요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취업제한 및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2020년 6월 4일 이후 퇴직공직자와 2020년 6월 3일 이전 퇴직공직자 가운데 재산등록의무자였던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직원이 심사대상이다. 지난해 8월까지 산자부 본부장을 맡았던 유 후보도 포함됐다.
만약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제한이나 불가판정을 받을 경우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후보를 다시 선정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달 열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유 후보는 취업승인을 받아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유 후보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3항의 △1호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8호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기관에서 처리한 업무의 성격·비중 및 처리 빈도와 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9호 취업심사대상자가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자격증·근무경력 또는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을 인정받았다.
◇반도체 전쟁 상황 감안, 대외경쟁력·공공이익 부분 인정 받아
흥미로운 점은 유 후보가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로 인정받았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그는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로 활동한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주주 및 회사의 이익을 위해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직무수행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인 탓에 미국과 중국을 위시로 한 패권경쟁이 진행 중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무엇보다 해외대관 및 교섭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런 상황을 인정하며 취업을 승인했다는 의미다.
사외이사는 등기임원인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삼성전자는 내달 3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서천연수원 콘서트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상법에 따라 출석한 주주 총 주식 수의 50% 이상, 의결권 기준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10년간 사외이사 안건의 경우 기본적으로 9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다만 2019년 3월 정기주총에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28.59%, 2021년 정기주총에선 고 박병국 서울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도 18.1%의 반대표가 나왔다. 찬성표 50% 이상의 보통결의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선임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