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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철새론' 한화, CFO는 순혈 고수

①7개 상장계열사 중 외부출신 전무, 외부수혈 있는 CEO와 대조적

고진영 기자  2022-09-15 09:21:5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한화그룹 성장의 배경에는 철새론이 있다. '둥지만 지킬 게 아니라 먹이를 찾아 대륙을 건너는 철새를 닮으라'는 김승연 회장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룹 차원에서 길게는 수년, 짧게는 1년마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반복해왔다.

자연히 외부동력에 문이 자주 열리는 구조지만 빗장 관리엔 보수적인 편이다. 열쇠를 쥔 C레벨 임원을 선임하는 데 순혈주의를 상당히 굳게 유지하고 있다. 더러 예외도 있는 CEO보다는 특히 CFO 인사에서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현재 한화그룹 7개 상장계열사의 CEO 중에 외부인사로는 2명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이는 옥경석 사장으로 ㈜한화의 모멘텀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줄곧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60세가 다 된 2016년에서야 한화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이밖에 한화솔루션의 남이현 케미칼부문 대표도 삼성그룹 출신이다. 삼성토탈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한화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품는 빅딜을 성사하면서 한화에 자리잡았다.

외부수혈에 보수적이긴 해도 CEO 등용문이 아주 꽉 닫혀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특히 옥경석, 남이현 대표의 케이스처럼 외부인사를 영입할 때 삼성 DNA를 선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더 과거로 거슬러가면 각각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출신인 신은철 전 한화생명 부회장, 남성우 전 한화큐셀 부사장 등이 삼성에서 수혈한 CEO들이다.

비상장사까지 보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수석을 거친 한화자산운용 한두희 대표, 대우그룹 비서실과 KPMG 컨설팅 등에서 근무한 한화에너지 정인섭 대표 등을 밖에서 영입해왔다.



반면 CFO의 경우 예외없이 순혈 한화맨들로 벽을 두고 있다. ㈜한화만 봐도 CFO 김민수 부사장과 그 전임인 서광명 전 전무, 그 전임 한권태 전 재경본부장이 모두 한화그룹에만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김민수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과거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을 시작한 초기부터 사업 안착에 기여했으며 당초 작년 말 전략부문 전략총괄로 선임됐다. 이후 재무실장으로 보직이 변경으나 소속은 여전히 전략부문이다.

2018년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한 한화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내부출신 윤안식 부사장이 CFO에 발탁됐다. 윤 부사장은 2009년 말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화석유화학에서 상무보로 승진, 이듬해부터 2년 동안 자금운영 금융팀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2012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이동했지만 2017년 말 전무 승진과 함께 한화솔루션(당시 한화케미칼) 재경부문장(CFO)로 복귀했다. 한화시스템이 출범해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2019년부터 한화시스템 재무와 사업확장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연보 전무와 전임인 박경원 현 한화건설 부사장이 모두 한화에만 몸담온 순혈들이다. 현재 재무실장인 전연보 전무는 2013년 4월 말 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을 당시 한화케미칼 상무보로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말 상무로 승진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FO로 이동한 것은 2021년 말이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첨단소재를 합쳐 탄생한 한화솔루션 역시 내부인사가 CFO로 중용됐다. 신용인 부사장이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맡고 있는데 그는 애초 대학을 마치고 입사했던 곳부터가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양화학이다. 30대 후반에는 한화의 핵이던 경영기획실의 부름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한화솔루션의 출범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왔다.

비상장사의 경우 한화건설은 유영인 전 부사장, 김영한 전 부사장 등 내부인사들이 차례로 CFO를 맡다가 2021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이동한 박경원 부사장이 새 재무실장으로 부임했다. 한화에너지 정원영 CFO도 1990년대에 입사해 지금까지 한화에너지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한화에너지 외에 한화임팩트 감사로도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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