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관리를 책임지는 실무자들은 "재무조직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각각의 회사마다 자신이 처한 사정과 계획을 고려해 나름의 운용법과 최적의 전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지향점을 내세워 지금의 자금 관리 환경을 구축했다. 여러 군데에 나눠져 있던 재무 기능을 두 군데로 분리시켰다. 기획과 운영은 재무1실이 맡고 회계나 결산은 재무2실이 맡는 구조다.
전략적인 측면과 연관돼 있다 보니 재무1실은 유망한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는 동안 거래 이후의 일을 예측하고 분석한다. 이성형 SK㈜ CFO를 비롯해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재무1실을 거쳤다.
◇투자자문 경력 '눈길'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로는 채준식 실장이 꼽힌다. 채 실장은 지난 2019년부터 SK㈜ 재무1실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채 실장은 주로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1999년 삼성물산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일을 그만 뒀다. 이후 2000년 세종증권을 시작으로 CL투자자문, 메리츠투자자문에서 투자기업 발굴과 투자공유, 투자자문 등의 일을 맡아 왔다.
지난 2005년 SK에너지 입사를 시작으로 SK 그룹에 뿌리를 내렸다. 이후 자금 운용 및 기획 관련 팀을 거치며 약 5년간 경력을 쌓은 후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했다. 계속해서 본인의 강점과 연관된 자금 전략 등의 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채 실장은 투자 시장 내 자문 및 기업 발굴은 물론이고 계열사별 재무를 책임져 온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지주사 재무1실장 임원(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무1실장은 금고지기 이상의 역할로 그룹 내 의사결정수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재무1실장을 거친 인물들은 영전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김형근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 등 전략가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SK㈜ CFO인 이성형 본부장 역시 재무1실장 출신이다.
채 실장은 SK E&S, SK스페셜티, SK실트론, SK바이오텍, SK임업, SK리츠운용 등의 감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성형 재무본부장을 보좌하면서 지주사 재무 전략을 책임지면서 일부 계열사에도 어느 정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채 부사장은 전략, 자금, 운영 등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미션은 역시 '자금조달'
채 실장에게 주어진 최대 미션은 '자금 조달'이다. 각 계열사별 상황을 들여다보면서도 일차적으로는 투자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SK㈜의 투자와 배당 여력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초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 등에 대한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 국내외 247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 자체적으로는 친환경, 바이오, 첨단소재, 디지털 분야에 매년 조 단위 투자를 행하고 있다.
수요 자금을 예측하고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자체 현금과 차입 사이에서 채 실장의 고차원적 판단이 요구된다. 채 실장이 부임하기 이전부터 SK㈜는 매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SK㈜는 2018년 네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채 실장 역시 이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매년 1조2000원씩을 꼬박꼬박 사채로 조달했다. 올해에도 벌써 세 차례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지난 2월 3900억원, 6월 3200억원, 9월 3700억원이다.
SK㈜의 기초체력을 생각해보면 차입 여력은 튼튼한 편이다. 2분기 말 기준 SK㈜의 부채비율은 162%, 차입금의존도는 39%다. 모두 건전성 기준선으로 판단되는 200%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채 실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차입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환율 인상 등으로 투자비 증가도 예상된다.
채 실장은 현금창출력이 좋은 비핵심자산의 매각 전략과 엑시트 전략을 극대화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이를 신성장 사업에 재투자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회사의 목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