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20만원대를 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성형 부사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투자형 지주회사를 선언한 후 매년 조 단위 투자를 이어 온 SK㈜에게 주가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건 곧 회사의 재무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변곡점을 맞은 이 부사장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수년간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써왔지만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재무본부장인 이 부사장은 SK㈜가 투자형 지주회사로 보내온 지난 5년 중 4년의 재무 전략을 책임져왔다.
◇눈에 띄는 재무 경력
이 부사장은 지난 2018년 SK㈜ 재무본부장(CFO)로 임명됐다.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1991년 이후에는 구매부, 자금부, 금융팀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SK증권 재무관리팀, 기업금융팀장, SK㈜ 재무팀장, 재무1실장 등 주요 재무 요직을 거쳤다. 2016년에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으로 부임했고 2018년 다시 지주사로 돌아와 전무 승진과 함께 CFO인 재무부문장을 맡았다.
SK㈜의 재무본부장은 그룹 내 요직으로 분류된다. SK㈜의 재무라인을 이뤄왔던 재무본부장과 재경팀장들은 그룹 핵심이나 계열사 대표로 이동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재무통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SK㈜의 재무 전략을 이끌어 온 조대식 재무팀장은 현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 전임인 조경목 재무본부장은 현재 SK에너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단순 자금관리 이상의 역할을 인정받아 영전했다.
이 부사장은 이전 재무수장들과 견줘 가장 큰 폭의 영향력을 행사 중이라는 평가다. SK㈜는 지난 2017년 이후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본격적인 액션플랜에 들어간 상태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인수합병(M&A)과 투자 활동에 쓰고 있다.
지난해 파이낸셜 스토리가 발표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그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수십여 년간 지주사 및 각 계열사 후선에서 재무관리를 맡아왔던 그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업 구조 재편과 주가 부양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부임 이후 첫 중간배당 실시
SK㈜ 특성상 현재 '누가 회사의 재무 전략을 이끄는지'는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가 "우리의 목표는 주가를 높이는 데 있다"고 말한 상태라면 스포트라이트는 더 집중된다.
이 부사장은 부임 이후 주주환원책에 공을 들여왔다. 2018년 회사는 중간배당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 역시 매년 늘어왔다. 이 부사장 이전까지 4000원 수준이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8000원으로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SK㈜는 2019년 7181억원에 자사주 352만주를 취득했다. 지난 3월에는 2025년까지 매년 시총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과제 역시 주가 부양이 될 전망이다. SK㈜의 순자산가치는 지난 2017년 20조원 수준에서 현재 45조원 정도다. 5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주가는 20만원대에 갇혀 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주가 200만원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금리 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걸림돌이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환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정세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확대 등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SK㈜는 아직 투자 혹은 배당 등에서 별다른 전략 수정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히 투자를 늦추거나 하는 식의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