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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그룹 진단

2세 문윤회의 8년, 국내외 '호텔사업' 확장 숨고르기

④대표 취임 후 캐시카우 육성, 적자누적 美서 철수 '브랜딩·관리법인'도 흡수

조은아 기자  2022-06-09 11:41:00

편집자주

아주그룹의 주력인 레미콘 사업은 건설경기에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업황이 악화돼도 내부에서 꺼낼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레미콘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나오는 아주그룹은 늘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주캐피탈을 매각한 뒤 곧바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처럼 보였던 아주그룹이 몇 년째 멈춰있다. 더벨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아주그룹을 진단했다.
아주그룹의 후계자 문윤회 아주컨티뉴엄 대표이사는 2015년부터 그룹 호텔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때 공격적으로 해외 호텔 투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동안 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다.

아주컨티뉴엄은 2021년부터 안정에 방점을 두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미국 내 호텔 2곳을 매각했고 호텔 운영과 브랜딩 등을 담당했던 자회사 '폼앤워크'도 올 초 흡수합병했다.

◇문윤회 대표, 2015년부터 호텔사업 맡아 확장 진두지휘

문 대표는 2015년, 우리나이로 35살에 아주컨티뉴엄 대표이사에 올라 8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문 대표의 아버지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은 아주컨티뉴엄(옛 아주호텔앤리조트)이 설립된 1999년부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8년 12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문 회장이 여전히 아주산업 사내이사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호텔사업만큼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신뢰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사업이 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문 대표 취임 이후부터다. 아주그룹은 호텔사업을 캐시카우로 꼽으며 전폭적 지원을 해왔다. 그룹 경영에 첫발을 뗀 문 대표의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던 만큼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와 자금대여 등이 잇따랐다.

아주컨티뉴엄은 2018년 기존 서교호텔을 새 단장해 '라이즈호텔'을 열었고, 제주도의 하얏트리젠시제주를 ‘더쇼어호텔제주’로 출범시켰다. 국내에서 2곳의 호텔을 운영했고 미국에서는 6곳의 호텔에 투자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에는 라이즈호텔 1곳, 해외에는 4곳의 호텔만 남아있다. 더쇼어호텔제주는 2020년 매각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AC호텔벨뷰와 웨스틴산호세호텔을 각각 처분했다.

한때 적극적으로 확장했던 외식 사업에서도 모두 손을 뗐다. 2017년 미국 베이커리 브랜드인 '타르틴 베이커리'를 국내에 들여왔으나 2019년 지분을 처분했다. 이어 2018년 태국 레스토랑 브랜드 '롱침'을 국내에 선보였으나 2020년 1월 문을 닫았다.

아주컨티뉴엄은 올해 초 '폼앤워크'도 흡수합병했다. 폼앤워크는 호텔 개발과 운영, 브랜드 관리, 식음료 사업 브랜드 개발 등을 위해 2019년 설립한 법인이다. 문 대표가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2년 반 만에 흡수되며 해산됐다.



◇기대 모았던 미국 호텔 투자 사업도 잠시 주춤

특히 한동안 높은 기대를 받았던 해외 호텔사업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아주그룹의 호텔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단순 호텔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호텔에 투자해 차익을 거두는 사업모델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주컨티뉴엄은 미국에서 저평가된 호텔을 산 뒤 가치를 높여 비싸게 되파는 '호텔 전문 투자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호텔의 객실 상태는 물론 재무구조 등 전반적 상황을 들여다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방식이다.

'운영'이 아닌 '재매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국내 호텔사업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는 흔한 사업모델로 알려졌다. 문 대표 취임 전 미국 내 투자 호텔이 1곳에 그쳤던 아주컨티뉴엄이 이후 3~4년 만에 모두 6곳으로 투자 호텔을 늘린 배경에 문 대표가 있다. 문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만큼 미국 호텔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해외로 눈을 돌린 건 국내 호텔시장이 심각한 포화 상태라고 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호텔사업이 재벌가 자제들의 국내 전용 사업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마음도 컸다고 한다. 그는 2018년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호텔사업이 국내에만 머물러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 호텔들이 '재벌들의 놀이터'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2014년 호텔 1곳을 매각해 30% 이상의 수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사들여 2017년 말 매각한 다른 호텔의 경우 2년 사이 시세 차익만 1000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운영 수익까지 더하면 수익률을 더 높아진다.

이후 아주컨티뉴엄은 2017년 실리콘밸리 웨스틴산호세호텔, 2018년 시애틀 AC호텔벨뷰를 각각 인수했다. 이어 2019년 뉴욕 맨해튼에서 호텔 2곳을 동시해 인수하며 보폭을 넓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웨스틴산호세호텔과 AC호텔벨뷰를 잇달아 매각했다. 웨스틴산호세호텔의 경우 매입가격보다 100만달러 적은 금액에 팔았다. 다만 세계적으로 호텔 몸값이 떨어진 상황인 데다 그간의 운영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손해를 보고 판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AC호텔벨뷰의 경우 8700만달러에 인수했으나 매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저평가된 호텔을 찾아 투자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아직 호텔사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만큼 급하게 다음 투자처를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역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아주컨티뉴엄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69억원과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2020년 282억원, 2021년 17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아주컨티뉴엄은 올해 기존 아주호텔앤드리조트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호텔사업에서 벗어나 투자 회사로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부동산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한달 살기 숙소 추천 및 연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브애니웨어'에 투자했다.

아주그룹 해외 호텔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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