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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그룹 진단

보수적 DNA, 득될까 실될까

③내부 출신 박상일 대표 가장 오래 재직, 주요 경영진 나이대 높은 편

조은아 기자  2022-06-09 11:40:51

편집자주

아주그룹의 주력인 레미콘 사업은 건설경기에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업황이 악화돼도 내부에서 꺼낼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레미콘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나오는 아주그룹은 늘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주캐피탈을 매각한 뒤 곧바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처럼 보였던 아주그룹이 몇 년째 멈춰있다. 더벨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아주그룹을 진단했다.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외부 출신이 투입되면 내부의 타성을 없애고 새로운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부 출신은 그 반대다.

아주그룹은 어떨까. 아주그룹은 한때 외부 출신 영입이 잦았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사진)은 사회생활을 대우그룹에서 시작해 5년 반 동안 근무했다. 처음에는 ㈜대우 섬유파트에서 일했고 이후 3년은 런던지사에서 보냈다. 당시 대우그룹은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 만큼 문 회장 스스로 내부 출신의 타성보다는 외부 출신의 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아주그룹은 2005년 김재우 전 벽산 부회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2008년 이태용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그룹 해외사업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김재우 부회장은 건자재 사업 확대, 이태용 부회장은 해외 사업 확대라는 중책을 각각 맡았다.


그룹의 핵심이자 지주사인 아주산업에서도 외부 출신 CEO(최고경영자)를 찾아볼 수 있다. 문규영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다가 2009년 주흥남 당시 부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겼다. 주 전 대표는 현대그룹 출신으로 2008년 아주그룹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이후 이태용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잠시 지내다가 2013년 윤병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윤 전 대표 역시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으로 2011년 아주그룹에 영입된 인물이다.

영입된 인물 중 대우그룹 출신이 많은 건 문 회장이 과거 대우그룹에서 근무한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주그룹은 유독 대우그룹과 인연이 깊다. 문 회장뿐만 아니라 문 회장의 첫째 동생 문재영 신아주그룹 회장도 ㈜대우에서 근무했다. 아주그룹은 1988년 대우차와 공동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대우캐피탈을 인수해 아주캐피탈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윤병은 전 대표 이후의 선택은 내부 출신이었다. 내부 출신이 회사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더 쉽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주산업은 2016년 2월부터 박상일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1984년 아주산업에 입사해 사원에서 대표까지 오른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무려 40년 가까이 몸담고 있다. 아주산업은 물론 레미콘 사업, 나아가 건축자재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문윤회 아주컨티뉴엄 대표가 처음 그룹에 입사할 때 아주산업이 아닌 아주컨티뉴엄(아주호텔앤드리조트)을 선택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아주산업 내부에 포진해있는 만큼 경험이 부족한 문 대표는 다른 계열사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6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전 대표들이 3~4년에 그쳤다는 점을 볼 때 꽤 긴 시간이다. 그만큼 내부 출신 대표에 대한 안팎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처음으로 사원 출신 대표가 탄생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도 크게 진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 차기 CEO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은 점도 분위기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다음 CEO 역시 건자재사업부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 불확실성에 따른 불필요한 내부 피로도가 낮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내부 출신인 박 대표와 회사의 궁합이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레미콘 사업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꼽힌다. 레미콘 사업은 건설업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후방산업이다. 기업 분위기가 건설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변화가 없는 업종인 만큼 보수적이고 경직돼 있다.

특히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비용을 줄이고 경기가 풀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외부 출신이 와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잡기보다는 업종 이해도가 높은 편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는 과제로 남아있다. 아주산업이 지주사인 데다 그룹 전반에서 레미콘 사업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내부 분위기 쇄신이나 외부 출신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경영진의 나이 역시 동종업계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박 대표는 1957년생으로 CEO로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30~40대 CEO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레미콘 업계 1위 유진기업의 경우 최종성 대표이사가 1966년생이고 함께 사내이사에 올라있는 신현식 부사장은 1965년생이다.

아주산업의 경우 박 대표를 제외하고도 주요 경영진의 나이가 적잖은 편이다. 이사진을 살펴봐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현재 이사회는 4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됐는데 3명이 각각 1951년, 1952년, 1957년생이고 나머지 한 명은 1960년생이다. 1951년생인 문규영 회장 역시 여전히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아주그룹의 보수적 분위기는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가 아주아이비(IB)투자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지주사인 아주산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문 회장의 지분율이 무려 95.4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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