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아주그룹 진단

신성장동력 부재, 레미콘사업 의존도 70%

①아주캐피팔 매각 이후 신사업 발굴 제자리...자회사 실적 기여도 미미

조은아 기자  2022-06-08 18:20:30

편집자주

아주그룹의 주력인 레미콘 사업은 건설경기에 좌우돼 불확실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업황이 악화돼도 내부에서 꺼낼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레미콘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70%가 나오는 아주그룹은 늘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주캐피탈을 매각한 뒤 곧바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처럼 보였던 아주그룹이 몇 년째 멈춰있다. 더벨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아주그룹을 진단했다.
아주그룹이 2017년 품을 떠난 아주캐피탈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당시 아주그룹이 아주캐피탈을 매각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고 아주그룹 역시 그룹과 잘맞는 사업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매각 5년이 다 돼가도록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는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주그룹 영업이익의 70% 가까이가 레미콘 사업에서 나온다. 그룹 실적이 건설경기에 좌우되는 구조다. 높은 레미콘 사업 의존도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부침이 심하고 불황이 닥쳤을 때 회사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없는 탓에 새로운 사업을 찾는 건 그룹의 숙원이다.

2015년까지 아주그룹 외형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신아주그룹과 AJ그룹이 각각 떨어져나간 이후에도 8조원 안팎으로 자산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2017년 아주캐피탈을 매각한 이후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주캐피탈 자산규모만 6조원 안팎이었던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아주그룹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8121억원이다. 아주그룹은 크게 아주산업, 아주글로벌 등 2개 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아주산업이 하고 있는 레미콘 사업이 그룹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주산업은 레미콘 사업을 하면서 주요 자회사의 지분도 거느리고 있는 사업형 지주사다. 유진기업, 삼표산업에 이어 국내 3위로 시장 점유율은 6%대다. 브이샘, 아주프론티어, 아주모터스, 아주아이비(IB)투자, 공영해운, 아주네트웍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으로 지분율이 무려 95.48%에 이른다.

아주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레미콘과 금융 양쪽에 적절히 무게를 배분해왔지만 2017년 아주캐피탈 매각이 전환점이 됐다. 현금 창출력이 우수하던 아주캐피탈을 팔고난 뒤 레미콘 사업만 핵심으로 남았다. 현재 아주산업에서 건축자재 가운데 하나인 PHC파일 사업도 하고 있지만 비중이 낮아 의미가 없다.

그룹 실적이 레미콘 사업에 좌우되고 있다보니 이를 보완해줄 안정적 사업을 찾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2018년부터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그룹 실적도 가파르게 감소했다. 호황일 땐 빠르게 매출을 늘렸으나 반대로 침체일 땐 타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현재 아주그룹 매출에서 레미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이보다 훨씬 높은 67% 가량에 이른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안팎인데 이 가운데 700억원 가까이가 레미콘 사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 수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배제한 것으로 그룹이 완전히 정상화됐을 때의 수치다. 코로나19로 다른 사업이 위축됐을 땐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 모두 이보다 훨씬 높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을 접지 않는 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비중이 훨씬 높은 이유는 수입차를 판매하는 아주네트웍스에서 수입차 가격이 그대로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아주그룹은 레미콘 사업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는 있다. 크게 건축자재(레미콘), 금융, 자동차, 투자, 호텔, IT 등이다. 아주산업 자회사를 살펴보면 브이샘은 아주산업과 싱가포르 S3사의 해외 합작법인으로, 친환경 건자재인 고로 슬래그 미분말과 고로 슬래그 시멘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아주프론티어는 부동산 임대업을, 아주모터스는 렌터카 사업을 각각 영위하고 있으며 아주IB투자는 국내 최초의 벤처 캐피털(VC)이다. 아주네트웍스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공식 딜러사다.

이들 자회사의 실적 기여도는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순이익을 살펴보면 브이샘이 1억7000만원, 아주프론티어가 23억3000만원, 아주모터스가 12억8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에는 더욱 기여도가 낮았다. 실적을 오히려 깎아먹는 곳도 있었다.

아주IB투자만 수백억원대 순이익을 내며 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393억3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룹의 다른 계열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아주글로벌은 98억5000만원, 아주컨티뉴엄은 73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각각 냈다. 다만 두 곳 모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였다. 아주글로벌은 과거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업을 영위했으나 현재 역할은 불분명하다. 아주컨티뉴엄은 호텔 사업을 하고 있다. 두 회사는 그룹 차원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받은 곳들이지만 아직 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글로벌은 문규영 회장의 아들인 문윤회 아주컨티뉴엄 대표이사가 지분 69.0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아주컨티뉴엄은 문규영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긴 하지만 아주글로벌과 그 자회사 아주프라퍼티즈가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