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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위기...글로벌 톱티어 등극 밑그림 준비"

①박종호 경영지원총괄 사장 "공급망 악화, 원가 관리 주력....제품 고급화·판가 인상 대응"

양도웅 기자  2022-04-27 11:43:33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원가 관리가 올해 (재무 전략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전략과 기획, 투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CFO의 최우선 임무는 역시 효율적인 자금 관리다. 바로 원가·경비 절감을 비롯한 비용 관리가 CFO 머릿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존 인플레이션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소위 가격표가 붙은 모든 물건값이 오르는 현시대엔 더욱더 그렇다.

최근 경기도 판교에 소재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옥에서 만난 박종호 경영지원총괄 사장(사진)이 꼽은 올해 제1 과제도 원가관리였다.

1964년생인 박 사장은 재무관리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 인사다. 1987년부터 12년간 재정경제부 세제실 등을 거쳤다.1992년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1999년 LG전자에 금융기획팀장으로 특채 입사하며 관료 생활과 작별했다. 박 사장은 "좀 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기업을 선택했고,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G전자에서 10년간 해외법인 경영관리 등을 맡았고, 2001년에는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1년 한국타이어 기획재정부문장(전무)으로 전격 영입됐고 2018년 재경본부장(부사장), 지난해 초 경영지원총괄(사장)에 올랐다. 현재 구매와 인사, 재무회계, 법무, 인프라운영 부서 등을 책임지며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룹 회장에 선임된 조현범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 유가 100달러 돌파···"비용 관리 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

올해 초만 해도 국내 타이어 업계는 그간 골머리를 앓게 만든 원자재(료)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 등이 1분기부터 정상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연스럽게 수익성 확보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익성 확보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사장은 "지난 1년 6개월간 내구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한 반면, 미국에서 팬데믹 지원금을 받은 인력들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했다"며 "최근 인력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해소 국면으로 갈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오르는 등 상황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원유(WTI) 모두 연초 대비 현재 40% 이상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원유는 육상과 해상 운임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일 뿐 아니라, 타이어 원재료인 카본 블랙과 합성고무를 만들 때 필요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는 상황인 셈이다.

박 사장은 "지금이 비용 관리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가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수요 부문에 악영향을 줬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요와 공급 부문에 모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에 미치는 타격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페트로넷)

◇ 수익성 확보 전략 '제품 고급화와 판가 인상'

현재 많은 기업이 러시아 생산시설을 '셧다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 소재 생산시설도 중단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국적 직원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판매법인과 헝가리에 공장을 둔 한국타이어도 같은 이유로 영업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연초 세운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CFO의 임무는 역시 비용 관리일 수밖에 없다. 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매출 감소분이 고스란히 이익 감소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운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이다.

박 사장이 써낸 답안지는 크게 두 가지다. 제품 고급화와 판매 가격 인상이다. 그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며 "제품 수요를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 인상 폭을 (추가로)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차 전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19인치 이상의 고인치 타이어 제품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전략은 효과를 내고 있다. 소위 모든 물건값이 오른 지난 1년 반 동안 영업이익률은 2020년 9.7%, 2021년 9.0%로 2019년 7.9%와 비교해 모두 1%포인트(p) 이상 개선됐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에비타(EBITDA)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조1756억원에서 2020년 1조2501억원, 2021년 1조2341억원으로 향상됐다.

다만 수익성 방어를 위해 운임 제외한 판매관리비 확대 규모를 최소화한 점에 박 사장은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운임 제외한 판관비 확대를 최소화한다는 건 곧 직원들 인건비와 운영비용 등의 증가를 최소화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가 "주주 환원과 임직원들에 보답하며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IR 자료)

◇ 수익성 방어 다음은 주주친화책···"톱티어 등극 위한 밑그림 내놓겠다"

제품 고급화와 판가 인상은 모두 마케팅 단계에 속한다. 생산 측면에서도 수익성 확보 전략이 있다. 바로 '설비 자동화'다. 단 앞선 두 전략과 달리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돈을 쓰는 형국이기 때문에 생산 측면에서의 수익성 확보 전략을 택하는 CFO와 기업은 흔치 않다. 하더라도 '생색내기'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설비 자동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 내 공장을 자동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 사장은 "가령 미국은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인건비도 높다"며 "설비 자동화의 필요성이 높다"고 전했다. 회사는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해외 기업들에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톱티어(top-tier) 업체를 목표로 한 한국타이어의 설비 자동화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FO가 '투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연결고리가 여기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투자'에 매력을 느끼는 시장과 투자자들을 고려하면 이들과 소통(IR)을 책임지는 CFO 입장에선 투자 관련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사장은 "세컨티어의 선두 주자라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며 "톱티어로 확실히 올라설 수 있는 밑그림을 보여주는 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을 분석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성장을 위한 투자 계획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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