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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원가관리 점검

DL이앤씨, 플랜트·토목 원가율 80%대…생산성 혁신

5년 동안 안정적 관리 지속…코로나19·건자재 가격 상승 타격 '미미'

이정완 기자  2022-04-28 16:57:25
원가율은 기업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그만큼 재무부서에서도 이를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DL이앤씨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성민 재무관리실장도 원가 관리 정책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DL이앤씨의 원가율이 줄곧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원가율이 높았던 플랜트·토목 사업 정상화가 눈에 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 토목 현장에서 원가율이 상승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이 같은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건설자재 가격 인상도 선구매 계약 덕에 영향이 적었다.

DL이앤씨는 원가 절감을 통한 생산성 강화를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시공 프로세스 개선, 신기술 도입 등의 노력을 이어왔다. 지난해 원가 상승 이슈가 여럿 발생했음에도 원가율을 낮출 수 있던 이유다.

지난해 별도 기준 DL이앤씨 원가율은 80.5%로 전년 81.4%에 비해 0.9%포인트 낮아졌다. DL이앤씨는 2017년 원가율 92.9%를 기록한 뒤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 80%대에 진입한 뒤 2019년부터 80% 초반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철저한 원가 관리 정책을 펼치는 건설사로 유명하다. 2020년 DL(옛 대림산업) 재무관리실로 영입돼 지난해 초 분할 후 DL이앤씨 CFO를 맡게 된 박 재무관리실장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원가율 하락을 지속할 수 있던 원인이다.

박 재무관리실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고,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해 재무·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재무관리 업무를 경험한 바 있다. 삼성물산에서 일하던 시절 스마트한 업무 처리로 내부 평판이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원가율 하락은 플랜트와 토목 사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실장도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두 사업의 원가 절감을 위해 공을 들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90~100% 사이를 오가던 플랜트·토목 원가율은 지난해 플랜트 원가율 80.7%, 토목 원가율 87.9%를 보이며 동반 80%대 진입에 성공했다.

대형 건설사는 주택·플랜트·토목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주택 사업은 공사 난도가 플랜트와 토목 사업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적다. DL이앤씨도 주택 사업에서 2019년을 제외하면 줄곧 70~80% 수준의 원가율을 기록해왔다.

반면 플랜트와 토목 사업은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탓에 불확실성 자체가 크고 발주처의 클레임 청구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아 원가율이 높은 편이다. DL이앤씨는 2010년대 초반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원가 상승으로 인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도 있다.

DL이앤씨는 당시 적자를 교훈 삼아 2010년대 중반부터 원가 절감에 본격 돌입했다.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전략을 필두로 설계와 구매 단계부터 원가 혁신을 추진해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초기에는 CFO가 관련 업무를 주도하다가 지금은 각 사업부문별로 성격에 맞는 혁신 전략을 짜고 있다.

이런 전략에 맞춰 기술 도입도 했다. DL이앤씨는 2020년대 들어 건설정보모델링(BIM), 머신 컨트롤 등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설계 오류를 줄이고 시공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작업에 앞장섰다.

원가 절감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플랜트와 토목 원가율 하락도 현실이 됐다. 2016년 플랜트 원가율은 100%, 2017년 토목 원가율은 115.7%로 공사를 해도 이익이 남지 않거나 오히려 적자를 보는 상황이었지만 2018년부터 플랜트·토목 원가율은 90%대를 기록하며 나아질 여지를 보였다.

플랜트·토목처럼 고비용 사업에서도 저원가 기반을 닦아놓은 결과 돌발 변수가 발생해도 전처럼 100%가 넘는 원가율을 기록하는 사업부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싱가포르 톰슨(Thomson)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해 이 해 해외 토목 원가율은 124.1%를 기록했으나 국내 토목 원가율이 87.9%를 기록하면서 전체 토목 원가율 90.2%를 나타냈다.

지난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작된 건설자재 가격 상승도 원가율에 타격을 주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자재 가격은 1년 전 대비 28.5% 상승했다. 철강 등 금속제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급등했다.

그럼에도 DL이앤씨는 지난해 초 연간 건설자재 구매 계약을 맺어놓은 덕에 유통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덜 받았다. 다만 건설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원가율에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가율 하락은 자연스레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됐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13%로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플랜트·토목 원가율이 90~100% 사이를 기록하던 2010년대 중반 영업이익률은 2%였으나 원가 절감 덕에 이익률이 대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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