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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원가관리 점검

대우건설, 플랜트 축소 덕에 원자재값 쇼크 피했다

철근·PHC파일 가격 30~40% 상승…주택사업 선방으로 원가 부담 상쇄

성상우 기자  2022-04-29 10:06:40
대우건설은 지난해 기록적인 원자재값 상승에도 원가율 관리는 선방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더라도 흐름이 안정적이다. 90%대에서 85.7%까지 해마다 원가율이 낮아졌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확연한 특징이 보인다. 플랜트 부문에서의 높은 원가율을 주택건축 등 다른 사업이 상쇄한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이뤄진 플랜트 부문 구조조정을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덕분에 원자재값 폭등 여파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매입한 원재료 중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레미콘이다. 레미콘의 지난해 매입금액은 2675억원으로 전년도(2020년) 2763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레미콘 가격이 전년대비 약 4.9% 올랐음에도 매입금액이 줄어든 건 매입 비중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2020년도엔 레미콘 매입 비중이 전체 대비 58%였지만 지난해엔 51%대로 줄었다.

반면 철근 매입 비중은 늘었다.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근 매입액이2020년 1830억원에서 2021년 2270억원으로 38.5%에서 43.4%까지 비중이 늘었다. PHC파일의 비중 상승도 눈에 띈다. PHC파일 매입액은 전년도 62억원에서 230억원대로 크게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체 원재료 매입액은 5244억원으로 전년도 4764억원 대비 약 10% 늘었다. 지난해 큰 폭의 가격 상승률을 보인 철근과 PHC파일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말 기준 단위 당 철근 가격은 2020년말 대비 41.8% 올랐고 PHC파일의 가격 상승률도 28.2% 수준이다.

원재료 매입 뿐만 아니라 사용에 들어간 비용도 1년 새 크게 늘어났다. 비용의 성격별 분류 내역을 보면 '원재료의 사용' 항목은 2조4200억원으로 전체 비용 중 32.5%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 1조9125억원 보다 26.6% 늘어난 수치다.

눈여겨 볼 부분은 원자재값 상승에도 전체 원가율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다. 2019년 90.1%였던 원가율이 이듬해 87.7%로 낮아졌고 지난해엔 85.7%로 더 떨어졌다. 80%대 중반 이하로 안착하는 추이다.

매출 볼륨 자체가 커진 덕이 컸다. 지난해 매출은 8조원 후반대로 회복됐다. 특히 원가 부담이 큰 플랜트와 토목 사업 비중이 줄어든 점이 원가율 관리 측면에서 '신의 한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문별 추이를 보면 전통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플랜트 부문은 수년째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부문 원가율은 최근 4년간 100% 중반대에서 줄곧 머물렀다. 2018년 107.4%였던 원가율은 매년 1~2%포인트 범위에서 오르내렸다. 지난해 원가율은 105.9%로 수익보다 원가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다. 누적 손실 역시 2년째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다만 사업 비중 자체가 줄어 원재료값 '쇼크'는 피할 수 있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18.5%를 차지했던 플랜트 부문이 지난해 10%까지 축소된 영향이다. 매출은 8600억원대로 2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됐다. 원가율 자체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덕분에 손실이 줄었다. 부문별 연간 누적손실은 2018년 6550억원대에서 지난해 462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수익성이 높은 주택건축 부문이 원가율을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해당 사업부문은 2019년 원가율이 80%대로 떨어진 뒤 3년째 80% 중후반대를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사업 비중도 2년 사이 59%대에서 68%대로 크게 늘어 사업 전반의 원가구조를 개선시키는 효과를 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것도 원가율 관리 성공에 한 몫을 했다. 8조원 초반대까지 밀린 매출을 지난해 8조7000억원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로 10년래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을 14년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수익성 개선 성과를 냈다. 물론 원자재값 상승에도 원가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까지의 성과는 전임 재무관리본부장이었던 최종일 전무가 냈다. 대우건설엔 공식 CFO 직함이 없는 대신 재무관리본부장이 사실상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다.

원가율 관리 역할은 중흥그룹 품에 안기며 바뀐 신임 재무관리본부장에게 넘어갔다. 지난달 말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재무관리본부를 맡게 된 이용희 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은 숭실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건설에서 재무파트 조직을 두루 거쳤다. 본사와 현장의 관리부문 조직도 모두 경험했지만 전임자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일찍 본부급 조직의 수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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