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시공까지 담당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전략이 원가관리 부문에서 빛을 내고 있다. 선발주 계약을 맺고 가격 상승 위험을 헤지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비용 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1630억원, 매출원가 1조9030억원을 기록했다. 원가율은 88.0%다. 전년 원가율 88.5%에 비해서 0.5%포인트 개선됐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상승하고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가운데 낸 성과다. 이번 1분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의 원가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올랐다.
원가율 개선에는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주 시점에서 원자재 공급사와 체결한 가격으로 자재를 납품 받고, 원가 비중이 높은 자재는 선물 계약을 통해 헤지(hedge)하는 방식 등을 활용한다.
여기에 'FEED(기본설계) to EPC(설계·조달·시공)' 전략이 뒷받침된다. FEED-EPC 전략은 프로젝트 초기 FEED를 바탕으로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쌓고 EPC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둘을 동시에 수주하면 최적화 설계 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덜어낼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로 화공 수주에서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화공 수주 목표 50%가량을 FEED-EPC 방식으로 따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부문은 화공과 비화공으로 나뉜다. 1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화공 49.2%, 비화공 50.8%다. 화공부문에선 석유와 가스의 탐사·생산·운반 설비 등을 건설한다. 비화공부문에선 산업·발전 시설과 인프라 설비를 건설한다.
1분기 원가율 개선 현황은 사업부문별로도 나타난다. 화공부문과 비화공부문 모두에서 12% 안팎의 매출이익률을 달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 속에서도 회사의 목표 마진을 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 2022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모든 현장의 예정원가를 재산정한 바 있다.
화공부문 매출이익률 12.2%를 기록했다. 전년 13.3%보다는 떨어졌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는 1.1%포인트 증가했다. 비화공부문 매출이익률은 11.8%로 나타났다. 전년 9.5%에 비해 2.3%포인트 늘었다. 매출이익률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이익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즉 매출이익률 상승은 원가관리 개선을 의미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대형 플랜트 사업 대부분도 선발주 계약을 완료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2조1630억원, 영업이익 1740억원, 순이익 114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41.3%, 62.6%, 12.0% 증가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