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원실장(CFO)에서 재경팀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핵심 재무라인은 2016년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지원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대폭 축소됐던 재경팀은 2017년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후 임원 수가 다시 늘었다. 최지원·이왕익·김인식 부사장 등 미전실 내 '재무통'들이 재경팀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재경팀은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제외하고 미전실 출신들이 가장 많이 배치된 곳이 됐다. 지원조직의 총괄책임자인 CFO도 미전실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120조원의 곳간을 관리하는 재무라인에 미전실 색채가 짙어졌다.
◇축소됐던 재경팀, 미전실 해체 후 재확대
삼성전자는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과 김홍경 DS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산하에 완제품과 부품사업 관련 인사, 지원, 기획, 재경 등 스태프 조직이 포진해 있다. 이들 가운데 자금운용과 회계 등 전통적 재무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재경팀이다. 현금성자산 120조원,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 102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기업인 만큼 재경팀 임직원 수도 1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경팀은 2016~2017년으로 기점으로 조직규모가 대폭 축소된 바 있다. 2015년 12월에 발표된 '2016년도 조직개편안'은 지원조직의 효율화와 현장 자원집중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사업조직 외형은 그대로 두되 신사업조직을 창설한 반면 지원조직을 줄이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경영지원실 내 스태프 부서들은 조직축소를 면치 못했다.
2015년 기준으로 재경팀 임원은 남궁범 팀장(현 에스원 대표)을 비롯해 10명이었지만 2016년에 9명, 2017년에는 7명으로 줄었다. 임원 수 감소는 조직의 축소를 의미한다. 이때 전후로 재경팀에선 승진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18년에 임원 수가 13명으로 다시 늘었다. 2명(박장묵·윤주환)의 임원승진과 함께 미전실 멤버였던 이왕익 부사장과 김상규 부사장이 재경팀으로 이동한 영향이다. 2019년에는 미전실 전략1팀 출신인 김인식 부사장도 합류했다.
앞서 2015년부터 재경팀에 몸담았던 최진원 부사장 역시 미전실 출신이다. 대대로 미전실 출신들이 맡아온 CFO와 더불어 재경팀에서도 미전실 색채가 강해진 시점이 이때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소속임원 상당수는 사업지원TF 등으로 옮겼지만 일부 재무통은 삼성전자 재경팀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노희찬·최윤호·박학규·김홍경 등 역대 CFO 공통점 '미전실'
자금줄을 관리하는 재경팀에 미전실 출신들이 배치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과거 미전실은 삼성그룹의 사령탑으로 숫자와 재무감각에 밝은 인재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전략과 재무분야에서 큰 그림을 보고 그리는 업무를 해왔던 이들의 역량은 경영지원실과 재경팀 업무에 적합했다.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사업부에 전진 배치되고 각종 지원과 후선업무를 경영지원실에서 총괄한다. 사업지원TF가 전자계열사의 큰 그림에 집중한다면 후방에서 삼성전자의 개별적 자금흐름을 관리하는 곳이 재경팀이다. 이들 곳곳에 있는 미전실 출신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총수 공백에도 큰 문제없이 삼성전자를 굴러가게 한 동력 중 하나가 됐다.
다만 미전실 색채가 입혀지면서 재경팀도 여러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문제로 이왕익 부사장이 2019년 12월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징역 2년 형량은 이미 만료됐으며 이 부사장은 여전히 재경팀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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