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산업은 지난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해 왔다. 정부의 지원 아래 원전 가동률 상승, 신규 원전 건설 재개 등 주요한 정책적 변화들이 이뤄졌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전기차 등 신산업 발전 속도와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5년에도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한 수출 지원 정책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등 육성 기조를 견지 중이다. 서치&리서치(SR) 본부는 원전 건설 및 유지 관리 작업을 중심으로 산업 내 밸류체인 별 주요 기업 재무 현황과 지배구조 형태를 짚고 핵심 변화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국내 전력 매매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이하 한국전력)'가 부진 회복 신호탄을 쐈다. 순익을 확보하며 주요 재무지표들이 턴어라운드했다. 장기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일순간 끊어내고 건전성 회복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원전 산업 호전 또한 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 성적이 반등하면서다. 원전 가동률 상승, 신규 수주분 증가 등 사업이 활기를 띄면서 근래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현재 한국전력 자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만큼 연결 손익 회복에도 주요히 작용한 모습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영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이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매출 대비 비용 지출 부담이 더 컸던 기존의 고착화된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판매 단가를 인상하고 원가는 낮추는 형태로 이 같은 유의미한 결과를 거뒀다.
주력 사업인 전기 판매 부문에서의 약진이 주효했다. 매년 이어진 대규모 영업 손실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분기 동 부문에서 약 4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확보했다. 전체 연결 영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릿대로 높지 않았지만 손실을 크게 만회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2022년~2023년 전기 판매 부문에서 각각 33조원, 6조5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역마진 구조를 해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비용 통제를 통해 이익을 남겼다. 전력도매가격(SMP)이 하락하며 매출 원가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었다.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료비 부담이 축소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무제표 상으로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한국전력 주요 매출 원가는 직전년도 대비 약 18% 감소한 42조원에 그쳤다.
더불어 매출 확보분도 늘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전력 전기 판매 부문 수익은 직전 사업연도 대비 5조원 가량 증가한 68조원을 기록했다. 앞서 2022년 당시 부문 온기 매출과 맞먹는다. 전기 요금 인상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 덕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3년 3차례 전력 판매 단가를 올렸고 이어 전년에도 산업용 전기 요금을 10% 가까이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가율을 낮추면 전체 매출은 보통 자연스레 증가한다"며 "장기적으로 구매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확보 가능한 파이도 늘어나고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원전 산업 반등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관련 종속 법인인 한국수력원자력 영업 성적이 크게 반등한 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3분기 직전년도 전체 매출과 비등한 10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동기간 순익은 약 1조원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마찬가지로 전력 판매 대금을 상향 조정한 것이 실적 회복에 유의미하게 작용했다. 한국전력은 2000년대초 동 법인을 물적분할해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커버리지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으로 재정 체력 턴어라운드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3분기 한국전력 EBITDA 마진은 23%대로 상승했다. 마이너스(-) 28%를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영업 정상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