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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 리뷰

미청구공사 쌓이는 한전기술, 단기 현금 순환 '압박'

②[설계·시공]에너지 신사업 강화 영향...대손충당금 비중 확대 따른 부실채권 위험 상존

김소라 기자  2025-01-21 15:40:24

편집자주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산업은 지난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해 왔다. 정부의 지원 아래 원전 가동률 상승, 신규 원전 건설 재개 등 주요한 정책적 변화들이 이뤄졌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전기차 등 신산업 발전 속도와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5년에도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한 수출 지원 정책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등 육성 기조를 견지 중이다. 서치&리서치(SR) 본부는 원전 건설 및 유지 관리 작업을 중심으로 산업 내 밸류체인 별 주요 기업 재무 현황과 지배구조 형태를 짚고 핵심 변화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원전 설계 공기업 '한전기술'이 단기 현금 순환에 정체를 빚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등 대형 원전 건설이 재개되며 수익성은 턴어라운드했지만 현금 흐름은 다소 둔화됐다. 영업에서의 순항이 원활한 현금 유입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영향이 컸다. 동 부문에서 현금 회수가 지연되며 자금 순환을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누적된 미청구공사분이 영업 현금을 갉아 먹은 그림이다.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비교적 최근 진출한 신규 영역에서 현금 확보에 다소 고전하고 있다.

한전기술은 지난 몇 년간 미청구공사 규모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앞서 2022년 2000억원대로 증가한 미청구공사액은 이후 매년 일정분 축적되는 흐름을 띄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미청구공사 금액은 2700억원 수준까지 불었다. 당해에만 15% 가량 증가했다.

이는 평년 흐름과 다소 상반된다. 앞선 사업연도를 돌이켜 보면 한전기술 미청구공사 금액은 비교적 증감폭이 제한됐다. 동 수치가 급격히 늘거나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는 일이 드물었다. 원자력과 플랜트 등 전통 에너지 발전소 설계 위주로 국내 에너지 공기업 대상의 영업을 전개해 온 영향이다.


근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전기술이 에너지 신사업 부문 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다. 직전 행정부 체제 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돌파구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힘을 싣었다.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사업에 매진했다. 기존 원전 부문과 달리 통합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EPC(설계·구매·시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 미청구공사분은 대부분 이 EPC 사업에서 잡히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계 사업을 수주해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상황에서 아직 청구 처리되지 않은 공정분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만 놓고 볼 때 전체 미청구공사 금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70억원이다. 동 프로젝트는 모두 EPC 사업으로 당해년도 일제히 계약이 종료되는 일정이다. 대부분 70% 이상 공정이 진행, 전반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미청구공사분 증가에 따라 단기 캐시플로우는 악화됐다. EPC 공정 진행 과정에서의 비용 지출은 이뤄진 반면 발주처로부터 제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3분기 미청구공사 누적에 따른 현금 유출분은 37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새 5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동기간 한전기술이 인식한 당기순이익(320억원)을 상회한다. 영업을 통해 창출한 순익 대비 더 많은 현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가스 엔진, 풍력 발전 EPC 등 에너지 신사업 수주를 여럿 확보하며 매출 인식과 대금 수령 간 차이가 발생하는 건들이 다소 늘었다"며 "다만 이는 단순 시점에 따른 이슈이고 현금 유입 작업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별도로 채권 부실에 따른 위험 부담도 안고 있다. 유동·비유동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근래 뛰어올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25.3%를 기록했다. 1년 새 3배 이상 수치가 상승했다. 채권 총 장부금액은 감소했으나 대손충당금액이 몇 년째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표면적으로 부실 채권 비중이 늘면서 추후 현금 회수 작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신사업 부문 수익성 기여도도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EPC 사업 대부분이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기술은 수주 계약 초반과 후반 단계에선 총 발주 금액의 일부만 매출로 인식하고 있다. 대신 공정 본 단계에 과반 이상의 수익을 반영한다.

탄소 중립에 따른 전략 재설정 영향도 있었다. 한전기술은 기존 석탄화력 중심의 에너지 신사업 부문을 풍력, 가스엔진 등으로 한창 전환하는 단계다. 과거 주요 성장 동력이 됐던 석탄화력 발전소 신규 수주분은 현재 반영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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