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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

삼성SDI, 심상찮은 재무구조…투자 늘려도 되나

[삼성]②작년 3Q 누적 FCF -5조 육박, 올해 CAPEX 확대 예고…유증 설 돌기도

박기수 기자  2025-01-10 15:07:13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이제 막 시설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삼성SDI를 둘러싸고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 여파로 올해 현금창출력이 크게 저하된 가운데 투자 확대로 재무구조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SDI는 LG와 SK에 비해 투자 전선에 한 템포 늦게 뛰어든 탓에 '속도 조절'을 외친 경쟁사들과 달리 올해 자본적지출(CAPEX)로 유출될 현금량이 상당할 전망이다.

◇4년 연속 FCF 적자, 작년 3분기 누적만 -4.6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연결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냈다. FCF는 기업이 사업 기간동안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시설 투자 등 자본적지출에 들어간 현금을 제한 값이다. FCF가 발생하면 주주 환원을 하거나 차입금을 갚는 등 원활한 재무활동이 가능하지만 적자일 경우 오히려 구멍난 현금을 외부에서 메꿔야 한다.

삼성SDI는 2021년 -810억원의 FCF를 기록한 후 2022년 -1724억원, 2023년에는 -1조9572억원이라는 대규모 FCF 적자를 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매년 2조원 안팎으로 꾸준히 냈지만 본격적인 이차전지 투자로 CAPEX 규모가 커지면서 FCF 적자 규모가 커졌다.

작년도 FCF 적자가 유력하다. 특히 작년은 연결과 별도 기준 모두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적자가 났다는 점이 뼈아프다. 작년 3분기 누적 삼성SDI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CAPEX는 각각 -5133억원, 4조866억원으로 FCF는 -4조5999억원이다. 시장에서 예측한 작년 삼성SDI의 연간 CAPEX는 약 6조5000억원으로 연간으로 봤을 경우 삼성SDI의 연결 FCF 적자 폭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안정적인 재무 전략을 펼쳐왔던 삼성SDI가 한 해 FCF 적자로 4조원을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부채 관련 재무지표도 최근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줄곧 10%대였던 연결 순차입금비율은 작년 3분기 말 35.1%까지 상승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2022년 말 '0%'였던 순차입금비율이 작년 3분기 말에는 22.9%로 상승했다.

차입금 상환능력 지표인 순차입금/EBITDA도 높아졌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기업의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삼성SDI의 연결 순차입금/EBITDA(연 환산 기준)는 2.9배로 2022년(0.6배), 2023년(1.1배) 대비 높아졌다. 실제 4분기 실적이 앞선 1~3분기 대비 저조할 경우 이 수치가 3배 이상으로 높아질 여지도 있다.

연결과 별도 모두 현금성자산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연결 기준 작년 3분기 말 삼성SDI의 현금성자산은 1조7430억원으로 2023년 말(2조746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별도 현금은 2022년 말 1조4924억원, 2023년 말 7163억원에서 작년 3분기 말 241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되려 금융권 차입금은 늘어나면서 순차입금은 늘어났다. 삼성SDI의 작년 3분기 말 순차입금은 7조4131억원으로 2023년 말 3조7243억원 대비 99% 늘어났다. 별도 순차입금도 작년 3분기 말 3조2690억원으로 2023년 말 4750억원 대비 약 7배 늘어났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쓴다는데…최근 유상증자설 돌기도

문제는 향후 투자액이 작년보다 늘어난다는 점이다. 작년 삼성SDI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 설립을 확정하는 등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CAPEX를 집행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투자 계획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6~7조원의 CAPEX가 올해도 집행될 전망이라는 뜻이다.

삼성SDI의 한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올해도 FCF 적자 가능성이 있다. 운전자본 조정으로 단기적으로 현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CAPEX에 대응할 수준의 현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삼성SDI의 최근 현금 상황과 향후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외부 조달은 필수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작년 말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에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면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짙다. 삼성SDI는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통주 지분의 19.58%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이 각각 0.58%, 0.25%, 0.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유상증자가 아닌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을 늘릴 경우 순차입금비율과 순차입금/EBITDA 등 재무 레버리지 지표가 높아질 여지가 있다. 작년 말 한국기업평가가 평가한 삼성SDI의 기업신용평가 등급은 AA0(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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