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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CFO

삼성물산, '현재와 미래' 함께 만드는 송규종 CFO

⑥전사 업무 집중하며 신사업 발굴 주력… 컨콜도 담당하며 '대외 얼굴' 역할까지

최은수 기자  2025-01-06 07:30:44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종합무역상사 1호 기업인 삼성물산은 크게 건설과 상사, 패션, 리조트 네 곳의 사업부로 매출처가 나뉜다. 옛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제일모직 등의 합병으로 탄생한 만큼 다채로운 분야를 갖고 있다. 더불어 각 주요 사업부문별로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이 존재한다.

경영지원실이 재무라인을 맡는 삼성그룹의 관행으로 볼때 일종의 복수 CFO 체제 같지만 재무총괄, 즉 실질적인 CFO 역할은 전사부문에서 담당한다. 전사 재무는 2020년 말부터 송규종 부사장(사진)이 책임지고 있다. 송 부사장은 2024년부터 삼성물산 창립 후 첫 컨퍼런스콜에 직접 나서며 물산의 IR 전략 변신도 지휘 중이다.

송 부사장은 1968년 7월생이다. 서울대 경영학과이자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으로 삼성물산을 포함해 그간 삼성그룹 계열사 CFO 가운데서도 '적통'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2015년 12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삼성물산 건설 경영지원실 경영지원팀장으로 선임됐다. 그 전까지는 삼성전자에서 오래 근무했다.

삼성물산으로 옮기기 전엔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 역할을 했던 미전실에서 담당부장과 담당임원을 지냈다. 일찌감치 그룹을 이끌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낙점됐다는 의미인데 2011년 미전실 소속일 때 상무로 승진했했다.


송 부사장은 삼성물산에선 재무 조직을 포함한 경영지원실에서만 일했다. 삼성물산은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건설 부문의 경영지원실장은 따로 선임해 왔다. 2023년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매출 비중은 46%, 전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2024년 역시 삼성웰스토리나 바이오 자회사들의 성과를 더해도 건설이 상당 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송 부사장이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영지원실 경영지원팀장으로 근무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어 2018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건설 경영지원실장, 즉 건설 부문 CFO로 선임됐다.

2020년 12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물산 재무 전체를 담당하는 경영기획실장에 선임됐다. 송 부사장은 재임 기간 삼성물산 투자 활동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사 경영기획실장에 선임된 이후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보유 지분 20.05%를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게 대표 사례다.

삼성물산은 앞서 한화임팩트 지분 처분 금액 약 8210억원을 신사업 종잣돈으로 활용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 중이다. 세부적으로 2022년 1분기엔 미국 바이오벤처 재규어 진 테라피((Jaguar Gene Therapy)와 소형모듈식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뉴스캐일(NuScale)의 지분을 확보했다.

수소 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22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하고 같은 해 삼성물산과 한국가스공사, 현대로템 등 6개 출자사가 융·복합수소 충전소 합작법인 하이스테이션을 설립했다. 하이스테이션은 2024년 상반기에 첫 수소충전소 준공에 나서며 대표적인 미래 산업인 수소 인프라 확충의 첫 발을 뗐다.

삼성물산은 그를 구심점에 두고 재무 안정과 신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송 부사장이 중심을 잡으면서 신사업 투자를 위해 무리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보다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의 재무구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단 뜻이다.

송 부사장은 삼성물산 이사회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며 송 부사장이 올해로 5년째 CFO로 재직중인 점만 봐도 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애초에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한 인물이 5년 이상 CFO를 맡는 사례가 많지 않다. 송 부사장보다 오랫동안 CFO를 맡은 배진한 전 삼성중공업 CFO,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CFO 등으로 모두 2025년 정기임원인사를 거치며 보직이 바뀌었다.

또 특기할 점은 삼성물산 부사장 가운데 송 부사장은 물산 내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단 점이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같은 직급의 박호찬·신혁·이채성·박남영·김명석·고희진·정호영 부사장 등이 계열사 이사 및 감사를 겸직하는 것과 그는 CFO 업무만 맡는다.

대신 삼성물산에서 주주친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작년에 처음 시작한 컨퍼런스콜을 그가 직접 진행한다는 점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물산의 투자 성과 회수 및 가시화 시점과 함께 투자 성과 등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업무는 송 CFO가 총괄한다. 컨퍼런스콜을 더한 IR로 그룹 지배구조 핵심회사의 '얼굴 역할'까지 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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