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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석유화학 업종은 국내 산업군 가운데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적인 편이다.제품 생산 과정에서 각종 위험물을 다루고, 탄소배출량도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ESG 활동을 강조한다. 애경케미칼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해당하는 이사회 활동에도 진심인 편이다. 이사진의 참여도와 평가개선프로세스 등 일부 항목의 경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거뒀다.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이사회 구성과 경영성과를 보완한다면 향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 강조…참여도·평가 부문 고득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2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에 기반해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했다. 애경케미칼은 255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
평가는 영역마다 최소 35점에서 최대 55점이 만점이다. 이사진의 다양성과 높은 참석율, 내·외부 평가와 후속 조치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요 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200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지만, 애경케미칼 역시 상위 그룹에 속한다.
그룹 차원에서 일찌감치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사회 활동에도 상당 부분 보강이 이뤄졌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지난 2021년부터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드는 등 이사회 역할을 강조해왔다. 애경유화·애경화학·에이케이켐텍 등 화학 계열사 통합 후 출범한 애경케미칼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에 띄는 영역은 참여도(35점)였다. 5점 척도 평점 역시 각각 4.4점, 4.3점을 기록했다. 이 부문 중 △정기적 이사회 개최 △소위원회 개최 횟수 △이사회 출석률 △안건 관련 자료 제공 시기 △정기적 교육 △지원조직 등 거의 대부분 지표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참여도에서 아쉬운 점수를 받은 것은 사외이사 후보 풀(Pool)에 대한 관리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구성했지만, 2023년 기준 해당 위원회 개최 내역이 존재하지 않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임기 선임과는 별도로 후보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총점 깎아먹은 경영성과 지표…낮은 사외이사 비율도 ‘과제’ 이사진에 대한 ‘피드백’에 해당하는 평가개선프로세스 영역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애경케미칼은 정기적인 이사회 내부 평가를 진행한 뒤 이를 사업보고서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도 수행하고, 이를 재선임에도 반영하고 있다. 관련 항목에서도 5점 만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등 다른 영역 역시 중간 이상의 점수대를 보였다. 다만 총점을 깎아먹은 것은 경영성과 부문이다. 배당수익률과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RS) 등 투자 관련 지표들은 4~5점대로 높은 편이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 등 경영 관련 항목들이 1점을 기록했다.
최근 차입금을 대거 늘리며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건정성 지표도 1점을 받았다. 애경케미칼의 지난해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2120억원으로 1년 만에 269억원 늘었다.
경영성과 지표들의 경우 당장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 단 이사회 차원에서 쉽게 보완이 가능한 부분들도 적지 않다. 이사회 역량을 관리하는 BSM(Board Skills Matrx) 지표 도입, 이사진 지원을 위한 별도 조직 구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사진 구성원 가운데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현재 8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중 사외이사는 3인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