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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케미칼, 불황 속 투자…전략은 '차입 확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현금성자산 900억 유지…차입금 늘려 CAPEX 대응

박완준 기자  2024-12-03 15:14:00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기업들에게 현금은 불확실한 환경을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꼽힌다. 금리와 환율이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도 큰 거래비용 없이 확정된 금액의 현금 전환이 쉽고, 가치변동의 위험이 적은 자산으로 평가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자금 확보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체질 강화에 나선 애경케미칼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현금 곳간을 굳게 닫았다. 늘어난 투자는 현금 대신 차입금을 늘려 유동성을 강화했다. 다만 차입금 만기 구조를 짧게 설정해 이자 부담을 덜어낸 모습이다.

◇늘어난 투자에도 현금성자산 900억 유지

애경케미칼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불어닥친 석유화학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아라미드의 핵심소재인 테레프탈로일 클로라이드(TPC)를 공략하는 방향성을 수립했다.

애경케미칼은 내년까지 TPC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TPC는 강철보다 가볍고 단단한 아라미드의 주원료다. 회사는 광케이블과 항공우주 시장이 점차 커지며 늘어나는 아라미드 수요에 맞춰 TPC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경케미칼은 TPC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22년부터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실제 CAPEX는 2021년 372억원에서 2022년 634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도 851억원을 CAPEX로 투자했으며, 올 3분기 누적으로도 781억원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하지만 애경케미칼의 실적은 늘어난 CAPEX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조7937억원을 거둬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451억원을 기록해 2022년 대비 52.6% 감소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77억원에 불과해 CAPEX보다 낮은 수치를 거뒀다.

이에 애경케미칼의 현금흐름은 악화됐다. 올 3분기 누적 애경케미칼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전년 동기(585억원)보다 442억원 줄어든 1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CAPEX와 배당금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75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318억원)보다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아울러 최근 5개년 중 가장 낮은 FCF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경케미칼은 악화된 현금흐름에도 현금 곳간을 열지 않았다. 석유화학 불황이 지속되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실탄을 남겨놓은 셈이다. 실제 올 3분기 말 기준 애경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905억원에서 소폭 줄어든 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 늘려 투자 대응…유동성 확보 '사활'

애경케미칼은 차입금을 확대하며 늘어난 CAPEX를 대응하고 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보다 늘려 이자부담을 덜었다. TPC 양산 체제를 구축해 강화된 수익성으로 발 빠르게 차입을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애경케미칼의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총계는 6120억원으로, 전년 동기(5366억원) 대비 754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1034억원 늘어난 부분이 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세부적으로 장기차입금은 846억원 늘어난 2763억원, 장기차입금은 277억원 늘어난 1051억원으로 집계됐다.

애경케미칼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84.4%, 29.1%를 기록했다. 늘어난 차입금에도 CAPEX 투자로 자산 규모가 확대되며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고려할 시 애경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차입금 대비 이자비용이 저렴한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애경케미칼의 이자/법인세 비용은 음수로 전환했다. 이자와 법인세 순지급액에서 배당금 총수취액을 뺀 비용은 267억원에서 마이너스(-) 6억원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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