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4 이사회 평가

'이사회 활발' 비에이치, 다양성·독립성은 부재

총점 끌어올린 참여도 항목…구성·평가 프로세스 항목은 낮은 점수

노윤주 기자  2024-11-19 09:41:3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비에이치는 2007년 증권 시장에 상장한 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 판매 기업이다. 설립일은 1999년으로 어느덧 26년 차를 맞았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던 비에이치는 작년 6월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완료했다.

이사회 평가 총점만 두고 보면 반타작은 했다. 비에이치는 이전상장 후 정보 투명성, 이사회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도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사회 활동 및 이사진에 대한 개별 평가, 구성의 다양성 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이 다수 확인됐다. 참여도에서는 3.4점의 평균점을 받으며 선방했다.

◇이사회 개최 빈도 최고점…이사추천 시스템은 보강 필요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했다.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비에이치는 255점 만점에 129점을 받았다.

비에이치가 최고점을 받은 부분은 참여도다. 40점 만점에 총점 27점, 평균점수는 5점 만점에 3.4점을 받았다. 우선 이사회 개최 빈도에서 연간 12회 이상으로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지난해에만 총 27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진 전원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성실함으로 점수를 끌어올렸다.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등 의무설치 대상이 아닌 소위원회도 설치했다. 활동도 활발했다. 작년 기준 내부거래위원회는 총 13차례 열렸다. ESG위원회는 위원장 선임 건으로 한 번, 그리고 연간 보고를 위해 한 번, 총 두 번 개최했다.

다만 사내이사,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지 않아 1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 연간 개최 횟수도 지난해 기준 3회에 불과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에이치 측은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에서 "이사 선임은 기존 이사회 구성원 및 미등기 임원 등이 보유한 후보자 인력풀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전문성, 적합성 등을 검토 후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정보접근성' 지표다. 5점 만점 중 평균 2.8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지배구조 등을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두 항목 다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올해는 주주환원 정책이 부재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 현금배당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중장기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설명이 모호해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해당 항목에서 1점을 받았다.

◇과반 이상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는 아직

가장 미흡하다고 나타난 부분은 구성이다. 비에이치는 비교적 낮은 평균 2.1점의 점수를 받았다. 사외이사 의장을 채택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았다. 최영식 대표가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어 2점을 받았다. 최대주주인 이경환 회장도 이사회에 참여 중이나 의장직을 맡지는 않고 있다.

비에이치는 이사회 5인 체제에서 3인을 사외이사로 꾸려 총원 60% 이상을 채웠다. 작년 3월 최현묵, 윤성태 사외이사가 올해 3월 김윤태 사외이사가 합류했다. 이에 구성원 수로는 최고점에서 1점 모자란 4점을 받았다. 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전원 60대 이상 남성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분에서도 만점 35점 중 15점, 평균 2.1점을 받아 낮은 점수를 형성했다.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 평가를 수행하지 않거나 혹은 이를 대외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 결과를 찾아보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도 확인할 수 없었고 재선임 결과 반영 여부도 불투명했다.

견제기능은 평균 2.7점을 받긴 했지만 일부 문항에서 5점을 받은 덕이다. 감사위원회 3인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 보수 책정 수준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외 대부분은 1~2점대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부재했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경영성과 부분에서는 재무 안정성은 있지만 성장성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비에이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3.81%, 8.09%로 높은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도 0.43배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였다. 해당 지표의 점수는 모두 5점이다.

반대로 매출성장률 -5.3%, 영업이익성장률 -35.41%를 기록하면서 정체기임을 보여줬다. 주가수익률 -2.53%, 총주주수익률(TSR) -1.40% 등 주주가치 제고도 과제로 남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