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을 이끄는 김상범 회장은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개인 회사 ‘이수엑사켐’을 통해서다. 그는 이수엑사켐을 통해 지주사 이수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의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김상범 회장은 현재 이수 등기임원으로만 등재돼있다. 이수엑사켐은 이수의 핵심인력들을 겸직시키는 형태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내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전 관장도 지난해부터 이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김상범 회장, 이수엑사켐 통한 ‘옥상옥’ 지배구조 구축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이후 석유화학·정밀화학 제품 판매를 주사업으로 영위해왔다. 주로 이수그룹 계열사과 거래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
이수엑사켐이 지주사 이수 지분 73.44%를 보유하면서 ‘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 등 주요 계열사’로 이르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김 회장 또한 이수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수엑사켐과 이수 모두 김 회장이 모두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출범한 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이수엑사켐을 활용해 김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를 더 강화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올해 4월 이수엑사켐의 정밀화학을 포함한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했다. 이수엑사켐 사업부문을 넘기면서 김 회장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신주 44만주 가량을 새로 받았다.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게 된 셈이다. 사업부문과 함께 부채도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넘기면서 이수엑사켐 재무구조는 더 탄탄해졌다.
김 회장은 이수엑사켐으로부터 해마다 백억원대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2022년 이수엑사켐이 배당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101억원이다. 지난해에는 118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수엑사켐 지분을 100% 보유한 김상범 회장이 모두 가져가는 금액이다.
◇김상범 회장 ‘이수엑사켐’은 미등기, 지주사는 아내 ‘김선정’ 전 관장도 등기임원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의 개인회사지만 그는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2011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나 이후부터는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현재 이수엑사켐 등기임원으로는 김학봉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김명세, 박건태 등 3인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3인 모두 지주사 이수 소속으로 이수엑사켐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김학봉 대표와 김명세 기타비상무이사는 지주사 이수의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건태 상무보는 2022년 말 이수 기획담당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이수엑사켐 등기임원은 작년 12월부터 맡고 있다.
지주사 이수 이사회에는 김상범 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김상범 회장과 김학봉 대표 2인 대표 체제다. 김학봉 대표는 이수에서 기획담당 임원, 이수앱지스 관리본부장, 이수화학 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수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오랜 시간 김상범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이수에서 관리담당임원을 맡고 있는 김명세 상무도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눈에 띄는 건 지주사 이수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전 관장이다. 김 전 관장은 김상범 회장의 아내다. 세상을 떠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4남매 중 장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전 관장이 이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건 지난해 8월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다.
김 전 관장은 이수그룹 상장사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4.27%, 이수화학 2.87%,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지분 2.65% 등이다. 이수페타시스와 이수화학 모두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적지 않은 지분을 들고 있지만 그간 이수그룹 경영과는 무관한 행보를 보여왔다. 미술계 유명인사인 그는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예술계 쪽에서만 줄곧 활동해왔다.
김 전 관장의 거취와 관련해 이수 측에 문의했으나 “담당자가 없어 답변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