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신규사업인 황화리튬(Li2S) 데모 생산설비 증설 등을 위해 단기차입금을 재차 늘렸다. 이에 따라 조달전략에서 단기차입에 대한 의존이 심화됐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영업활동으로 창출하는 양호한 현금흐름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성차입금의존도가 이미 30%를 웃도는 가운데 보유 유형자산의 70% 이상을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에는 부정적일 전망이다.
◇TDM·황화리튬 증설…단기차입금 추가 조달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올해 5월 합성세제 원료 제조업체 이수화학의 정밀화학 및 전고체전지소재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출범했다. 분자량조절제(TDM·NOM·NDM)와 용매(IPA) 등 정밀화학제품 생산이 중심이며 전고체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체전해질의 원료인 황화리튬 생산을 신규사업으로 하고 있다.
분할 전 이수화학은 기존제품 생산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황화수소(H2S)를 이용해 분자량조절제를 제품화한 바 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국책과제에 참여해 황화리튬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연산 20톤 규모 데모 설비를 준공했다. 황화리튬에 대한 선제적 수요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 에코프로비엠, 6월 미국 솔리드파워(Solid Power), 8월 희성촉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이사회를 열고 핵심제품인 TDM 증설에 130억원을, 신규사업인 황화리튬 데모플랜트 증설에 18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TDM 증설은 2025년 6월까지, 황화리튬 데모플랜트 증설은 내년 5월까지 각각 진행된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증설자금 일부를 단기차입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번 TDM과 황화리튬 데모플랜드 증설을 위해 새로 일으킨 150억원을 포함하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단기차입금 합계는 96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애초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보면 총차입금(리스부채 50억원 포함) 855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76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520억원 외에 DGB대구은행 150억원과 KB국민은행 90억원이 포함된다.
단기차입금 외에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45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있지만 규모가 비교적 작고 이마저도 만기가 1년 이하로 도래해 유동성으로 분류된다.
◇계열 지원 부족에 자체 담보 제공…현금흐름 신뢰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차입 부담이 있는 편이다. 올해 3분기말 자본총계가 1041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1116억원이다. 부채비율이 107.2%로 100%를 넘겼다. 차입금의존도 39.6%, 단기성차입금의존도 37.9%로 둘 다 높은 편이다.
단기차입금에 크게 의존하는 이유는 계열 지원에 적은 상황에서 자체 조달해야 하는 불가피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올해 3분기말 기준 최대주주(지분율 24.37%)인 이수그룹 지주사 ㈜이수나 그룹 계열사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보증이 없다. 오히려 ㈜이수가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식 42만3604주를 담보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수 보유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주식 136만4457주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차입을 위해 자체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야 했다. 798억원(장부금액 기준) 규모 유형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담보설정금액은 1800억원이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보유한 전체 유형자산 규모가 108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담보로 제공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단기차입금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모태인 이수화학이 주로 이용하던 재무전략이기도 하다. 분할 후 이수화학의 올해 3분기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이 2993억원인데 이중 단기차입금이 233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장기차입금(유동·비유동 합산) 255억원이나 사모채 350억원 등 조달전략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단기차입금에 의존할 수 있는 이유는 현금흐름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135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해냈다. 그동안 자본적지출(CAPEX) 소요가 적었고 배당도 실시하지 않은 만큼 잉여현금흐름(FCF)이 104억원을 달성했다. 현금성자산은 7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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