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사 콜옵션 리뷰

KB금융, '이자보상배율' 탓 발행경쟁 대신 내실 선회

②빅 이슈어 자리 두고 경쟁가도 이탈, 물량 줄이고 만기도 단축

최은수 기자  2024-10-23 10:32:09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최고 또는 최초 타이틀' 경쟁을 벌인다. 채권 발행 규모도 예외가 아니다. 수 년 간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빅 이슈어로서 채권 시장에서 경합했다.

다만 KB금융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한 2021년 이후 채권 발행 및 운용 기조를 바꿨다. 장기물 대신 기업어음(CP) 발행 빈도가 늘었고 조건부자본증권을 찍더라도 만기를 10년 안팎으로 조정하는 등 발행 경쟁에서 이탈했다. 악화한 이자보상배율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 변화다.

◇KB금융, '톱 이슈어' 타이틀 둘러싼 적극적 발행

KB금융은 직전 5년(2019~2023년) 동안 약 8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같은 발행 규모가 11조원을 웃도는 신한금융, 9조원에 육박한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세 번째 빅 이슈어다.


저금리 시절엔 채권을 둔 금융지주간 발행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인 2023년을 제외하면 4대금융지주의 채권 발행 총액은 모두 5조원 안팎이었다. 단 몇 백억원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금융지주들 사이에서 관련 타이틀을 둔 경쟁을 벌인 영향이다.

경쟁은 단순히 발행 총액에서 멈추지 않았다. 채권 발행을 두고 금융지주들이 일종의 자존심 대결을 벌인 영향이다. KB금융이 2021년 국내선 처음으로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것도 앞선 경쟁과 관련이 있다.

KB금융은 저금리 막바지 시기이자 금융지주 간 채권 발행 경쟁이 시작된 2020년엔 발행 채권 가운데 약 80%를 조건부자본증권으로 채웠다. 하이브리드 성격을 띠는 해당 채권은 회계상 부채지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자본확충을 통해 적정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며 발행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이다.

2021년 역시 발행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전체의 70%을 역시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메웠다. 조건부자본증권은 단기채나 회사채를 포함한 기업어음 등 채권보다 만기가 긴 대신 이자율이 높다. KB금융이 2021년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 1% 후반대의 이자율을 보이는반면 같은 시기의 조건부자본증권은 최소 2% 이상의 이자율로 발행됐다.


◇경쟁의 여파, 악화한 이자보상배율…속도조절 시작

KB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로 외형 성장과 더불어 감독당국 등으로부터 타이트한 건전성 관리를 주문받는다. 앞서 발행 경쟁에서 대대적으로 약진하며 시장 이목을 사로잡는 소기의 성과는 얻었지만 분명한 반작용도 있었다. 늘어난 채권 발행규모에 맞춰 이자보상배율이 악화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일 경우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단 뜻이다. 통상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의 안전도를 측정할 때 쓴다.

KB금융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적극적으로 채권 발행을 시작한 2021년만 해도 이자보상배율은 1.53배였다. 영업이익에서 이자를 감당하고서도 수익이 남았단 뜻이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가 이어진 2022년부턴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2022년 0.57배를 기록했던 KB금융은 2023년 0.38배로까지 악화했다. 물론 여신과 수신 기능을 모두 쥐고 있는 금융권의 경우 해당 지표가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진 않는다. 다만 적정 수준에서의 관리는 필요하다.

KB금융이 채권 발행 규모를 줄이고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의 '색채'가 바뀐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당초 KB금융이 경쟁 가도에 있던 2020년과 2021년 사이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초장기 채권이었다. 그러나 이자보상배율 관리가 들어간 이후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은 대부분 후순위채다.

후순위채는 10년 만기의 장기물이다. 자본인정비율에서 5년 뒤 상각이 이뤄지고 보완자본으로 취급되지만 '이자율'이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한 초장기채권 대비 나쁘지 않다. KB금융이 2022년 이후 발행한 만기가 짧은 조건부자본증권의 이자율은 대개 4~5% 안팎에서 결정됐다.

KB금융은 당장의 자본건전성보다 늘어난 이자비용을 먼저 관리하는 게 과제였기 때문에 채권 발행 기조 변화가 나타났다. KB금융은 BIS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수 년 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16.54%, 2분기엔 16.63% 기록했다. 국내 8개 은행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