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삼성생명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 확고한 '1강'이다. 특히 기업가치의 근간인 수익성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생보사 중 연간 순이익이 1조원을 넘겨 2조원에 근접한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익창출력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주당순이익(EPS)은 94% 상승했으나 주가는 되레 7% 하락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며 10배를 밑돌고 있다.
표면적인 이익창출력은 우수하지만 본업인 보험손익은 감소하고 있다. 외생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큰 투자손익이 수익성을 떠받치는 불안정한 구조가 주가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2조 클럽 목전…수익성 대비 저평가된 주가 삼성생명의 수익성은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연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은 1조8953억원으로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생명) 중 유일하게 1조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5%(3943억원) 증가한 1조3685억원으로 2조 클럽 진입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2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4502억원 증가한 규모로 2분기까지 누적 1조6461억원을 기록한 신계약 CSM이 증가를 견인했다. 이 중 건강보험 신계약 CSM은 8940억원으로 전체의 54%가량을 차지했다.
견조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생명의 EPS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만 이익창출력이 주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EPS가 2019년 4887원에서 지난해 9477원으로 94%(4590원) 수직 상승하는 동안 연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 주가는 7만4500원에서 6만9100원으로 오히려 7.2%(5400원) 하락했다.
PER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국거래소 KIND 기업 밸류업 정보에 공시된 최근 5개년 PER을 확인해 보면 2019년 말 13.69배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1.22배, 2021년 7.83배, 2022년 5.88배로 줄곧 하락했다. 지난해 말엔 6.55배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간 하락 폭에 못 미친다.
PER은 주가가 지난 1년간의 순이익과 비교해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PER이 10배 이하일 경우 저PER주로 분류된다. 그만큼 삼성생명의 주가가 회사 수익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시장 기대치 낮추는 수익구조 주가가 저평가받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불안정한 수익구조가 꼽힌다. 보험산업은 내수 중심 사업구조를 지니면서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특성상 성장 기대치가 높지 않고 현재 수익 대비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동종업계 상장 보험사를 살펴봐도 PER이 10배를 넘기는 곳이 없다.
삼성생명의 경우에도 전체적인 이익창출력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속성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본업인 보업손익의 경우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반면 보험손익은 15.9%(1342억원) 감소했다.
큰 틀에서 수익지표를 함께 구성하는 투자손익이 164%(5859억원) 급증해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투자손익은 금리 등 외생 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올해 상반기 투자이익이 급증한 것도 외생변수 요인에 의해 보험금융수익과 외환거래이익이 각각 36%(1637억원), 55%(9507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보험금융손익은 이자율, 환율, 물가 등 금융요소로 인해 변경되는 보험상품의 손익을 의미한다. 화폐의 시간가치 및 그 변동효과, 금융위험과 그 변동효과로 발생한다. 이번엔 이런 외생변수의 긍정 효과를 누렸더라도 변동에 따라 언제든 부정 요인이 될 위험성이 내재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