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펩트론 주가가 8개월 만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2024년 2월 말 장 중 한 때 2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10월18일엔 10만4500원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9만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펩트론은 1997년 설립한 1세대 바이오텍입니다.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기반으로 약효지속 기간을 늘리는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에 입성한 건 2015년 7월. 전년도 26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데뷔했습니다.
상장 직후 상한가 행진을 벌였습니다. 시초가액이 공모가액보다 두 배 높게 정해진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성하며 '따따상'을 기록했습니다. 6거래일째 7만25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역대 최고가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던 주가는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말 6831원까지 떨어지며 최저점을 찍었습니다. 펩트론이 7만원대 주가를 회복한 것은 10년여 만인 2024년 7월 8일이었습니다. 이후 5만~7만원대 등락을 보이던 주가는 10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Industry & Event 주가 상승을 견인한 건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활용한 핵심 기술 스마트데포였습니다. 마이크로는 '작다'는 뜻이고 스피어는 '구(球)'를 말합니다. 분무 건조(액체 등을 뜨거운 바람에 분무 분산해 급속히 건조해 분말의 제품을 얻는 건조법)를 시키면 알갱이들이 돌아다닙니다. 그걸 폴리머(다수의 반복 단위를 함유한 고분자량 화합물)에 쏘는 형태죠. 약을 투입하면 몸 안에서 서서히 방출되면서 약효 지속을 돕습니다.
비만치료 물질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가 떠오르면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의 가치는 급상승했습니다. 지속성이 떨어지는 펩타이드를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이 제어할 수 있어서죠.
결국 펩트론은 2023년 7월과 2024년 10월 각각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에 선택을 받았습니다. 두 회사는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라는 글로벌 톱2 비만약을 보유한 빅파마입니다. 설립 초창기부터 주력해 온 마이크로스피어 기술 고도화가 최근 들어 빛을 발한 셈입니다.
최근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계약은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일라이 릴리의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연구입니다. 펩트론의 후속 상업 라이선스 계약을 목적으로 제시한 만큼 펩트론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연구도 포함된다.
해당 연구는 일라이릴리의 차세대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라이릴리는 2024년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연구 방향을 발표했는데 특히 핵심 물질로 차세대 이중 작용 분자인 GLP-1 coagonist III을 강조했습니다.
마운자로와 같은 GIP/GLP-1 이중작용제이지만 반감기를 늘린 물질이죠. 결국 펩트론의 스마트데포가 해당 연구의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Market View 증권가에선 펩트론의 주가 상승에 대해 선뜻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주가 상승에 따른 급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서죠.
펩트론에 대해 최근 유일하게 리포트를 작성한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의견으로 Not Rated(등급없음)을 제시했습니다. 목표가와 상승여력에 대한 코멘트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대체적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2022년 204억달러 수준인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1000억달러로 5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평균 성장률(CAGR)로만 보면 21.98%에 달합니다.
하지만 펩트론에 대해선 불안요소가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계약이 공동연구 즉 평가계약이어서죠. 본계약 전 단계인 만큼 기술이전(L/O)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개월 지속형 비만치료제는 성공 시 파급력과 시장 규모 등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이를 위해선 양사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계약을 위해 1상 결과 필수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펩트론의 핵심인물은 단연 창업주 최호일 대표
(사진)입니다. 최 대표는 약효 지속성 의약품 개발을 위해 1997년 회사를 설립한 뒤 28년간 회사를 지키고 있습니다.
1966년생인 그는 연세대에서 생화학과 출신입니다. 이곳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모두 받았습니다. 이후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2년, LG화학 바이오텍에서 5년간 근무했습니다.
약효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그가 연세대 재학시절 경험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실험 사고로 홍반성 피부병변 질환을 얻었습니다. 해당 질병은 1년에 주사를 수십번 맞아야 하는 질병입니다. 완쾌도 쉽지 않았습니다. 약효 지속성을 늘려 수십번 약물 투약 횟수를 줄인다면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죠. 펩트론이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을 선택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입니다.
연구원 출신인 그가 강조해온 것은 R&D입니다. 연구인력도 상당합니다. 연구본부와 DDS연구센터 등에 근무하는 핵심 인력은 23명입니다. 총 직원이 100명이 채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입니다. 2023년 R&D 비용은 12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623.24%에 달합니다.
IR 관계자는 "펩트론이 과거 위기 상황마다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최 대표가 설립때부터 강조해온 기술력 확보에 있었다"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비만치료제 관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같은 최 대표의 사업 방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