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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펩트론, 릴리 계약 '호재' 유증 200억 증액…힘받는 '신공장'

1400억 조달, 펩타이드 약효지속 플랫폼 계약에 주가 상승 덕분

김진호 기자  2024-11-13 07:14:16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펩트론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확정 발행가액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증 결의 당시 예정가보다 10% 높아진 데 따라 14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지난달 초 체결한 미국 빅파마 일라이릴리와의 비만약 발굴 플랫폼 계약이 호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자금을 통해 펩트론은 공장 신축에 나설 방침이다.

◇확정발행가액 적용 유증 조달 금액 1400억, 예상가 웃돌아

펩트론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기반 대사질환약 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8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유증을 결의했고 최근 확정 발행가액이 5만24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결의 당시 공개된 발행 예정가인 4만5450원 대비 10%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나온 1차 발행 예정가인 3만6350원 보다는 44% 높다. 2차 발행예정가인 6만7200원 보다는 다소 축소됐다.

확정 발행가액을 대입해 신주 발행할 264만주를 적용하면 조달 규모는 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초 결의 당시 기준 1200억원이어던 점을 감안하면 200억원이 증액된 셈이다.

구주주 대상 청약은 13~14일 양일간 진행된다. 이달 21일까지 납입을 진행하며 신주는 내달 4일 상장예정이다.



펩트론은 유증을 발표하면서 조달금액의 절반 수준인 650억원을 오송 내 신공장(2공장) 건립에 쓰겠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한 1공장의 연간 생산 용량(캐파)은 100만 바이알이다.

새로 지을 신공장은 연간 최대 1000만 바이알의 펩타이드 약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상 3층, 연면적 8000㎡의 제조시설을 갖출 것을 예고했다. 2026년 6월 준공이 목표다.

펩트론은 예상을 웃도는 자금이 유입되게 된데 따라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설 투자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재무안전성 강화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펩트론 약효지속 플랫폼 릴리 비만치료제 '접목' 기대

펩트론의 유증 규모를 높이는데 공헌한 건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이다. 지난달 7일 일라이릴리와 스마트 데포 플랫폼 관련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으로 1차 발행가액 결정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의 핵심은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다. 비만약으로 급부상한 GLP-1 계열의 물질들은 모두 펩타이드로 이뤄졌다.

일라이 릴리가 지난해 미국에서 승인받은 주1회 투약 방식의 비만약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글로벌 당뇨 제품명 마운자로)도 마찬가지다. 일라이 릴리는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비만약의 효능을 지속시킬 기술을 찾는 중이었다.

이때 그들에 눈에 든 것이 바로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다. 이 플랫폼은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해 약물의 방출속도를 조절하는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제형 기술이다. 스마트데포를 활용하면 미립구 속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에 약효 지속성을 최대 수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펩트론 분석이다.

실제로 펩트론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펩타이드 기반 1개월 지속형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루프원의 상용화가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검증하는 초석이 될것으로 펩트론은 기대하고 있다.

펩트론 관계자는 "유증 조달 금액이 늘었다"며 "계획했던 신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될 거고 일라이 릴리와의 공동 연구도 문제없이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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