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뿐만 아니라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도 차후 지수 구성 종목의 변경에 대비하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한화손해보험은 보험사들 중 가장 빠르게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한화손해보험의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것은 디지털 손해보험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이다. 해마다 적자가 누적되는 등 아직은 말 그대로 기대주이지만 업계 차원의 디지털화가 점차 진행되는 가운데 존재감이 커지는 중이다.
캐롯손보는 대형사들의 과점이 심화하는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면서 점차 흑자 전환을 향해 가는 중이다. 그룹 보험계열사들의 해외 투자를 발판삼아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한화손보도 캐롯손보의 성장을 유·무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적자 쌓는 캐롯손보, 점차 가까워지는 턴어라운드
캐롯손보는 한화손보,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이 합작해 2019년 5월 설립된 디지털 손보사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보 보통주 지분 59.67%(3333만767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설립 이후 캐롯손보는 지난해까지 연간 적자만을 누적 중이다. 올해도 상반기 말 기준으로 308억원의 순손실을 봐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86.7% 급증했다. 아직 한화손보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캐롯손보 측에서는 사업 초창기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비용 투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적자가 쌓이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캐롯손보의 주력사업인 자동차보험은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삼성·현대·KB·DB 등 4개 대형 손보사가 시장의 85.4%를, 8개 중소형사(비대면사 포함)가 나머지를 점유하는 대형사 과점시장이다. 심지어 전년 동기보다 대형 4사의 점유율이 0.2%p(포인트) 상승하는 등 과점 구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캐롯손보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원수보험료가 단 한 해도 감소하지 않고 늘어난 유일한 중소형사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원수보험료는 20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 증가했는데 이는 12개 손보사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캐롯손보 측에서 언급한 규모의 경제 효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2020년 131.7%에 이르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말 101.8%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96.3%로 전년 동기보다 1.6%p 낮아져 연간 기준으로도 100% 하회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업비를 제외한 순수 영업활동만으로는 흑자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손보, 캐롯손보에 아낌없는 출자…기술수출도 간접 지원
기업의 적자 누적은 자본총액의 감소를 의미한다. 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이익을 거둔 해가 없는 만큼 마이너스(-) 이익잉여금, 즉 결손금만을 재무상태표에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자본총액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캐롯손보는 유상증자를 통해 꾸준히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해마다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4055억원을 조달했다. 한화손보는 3차례 증자에 모두 참여해 2318억원을 캐롯손보에 투입했다. 이는 조달총액의 57.2%에 해당한다. 특히 2023년 실시한 130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는 홀로 1200억원을 담당하며 말 그대로 아낌없는 지원을 실시했다.
올 초 캐롯손보는 인도네시아 손보사 리포손해보험으로부터 운전습관 연동형 보험(BBI) 솔루션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캐롯손보가 디지털 보험사로서 인슈어테크 역량을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한화손보와 한화손보의 모회사 한화생명의 간접적 지원에 따른 성과로도 볼 수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지난해 3월 리포손보 지분 62.6%를 함께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에 진출했는데 자동차보험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 지원사로 캐롯손보가 선택된 셈이기 때문이다.
한화생명-한화손보의 리포손보 지분 인수는 한화그룹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2023년 2월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 오른 뒤 만들어낸 첫 해외투자 결과물이다.
김 사장은 디지털전략실 상무를 지내던 2019년 캐롯손보 설립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캐롯손보가 리포손보를 통한 성과 창출에까지 참여하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캐롯손보가 디지털 보험시대를 위한 김 사장의 '승부수'로서 임무가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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